문화/생활
“아~ 닭살!”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혹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인이나 부부 등의 행동을 접하면 이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닭살이란 사람들의 피부에 돋는 소름 모양이 마치 털을 벗겨놨을 때 닭의 피부를 연상시킨다 해서 생겨난 말이다.
소름은 엄밀히 말하면 현대인에게는 거의 필요치 않은 신체 반응 현상의 하나다. 불필요하다는 건 소름이 돋는 게 우리 몸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신체 반응은 사람이 의식하든 않든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 기침을 예로 들면 가래 같은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식이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소름은 인류의 조상들에겐 불필요한 신체 반응이 아니었다. 소름 돋는 게 쓸모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생리적으로 소름은 체모, 즉 피부에 난 털의 뿌리 부분에 있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뭔가 놀라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머리털이 쭈뼛 선다’는 말을 하는데, 머리카락을 곧추세우는 힘은 다름 아닌 모근 부위의 미세한 근육이 수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 인체에서 닭살이 가장 흔히 돋는 부위는 동서양 사람을 가리지 않고 팔뚝이다. 왜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팔뚝에 닭살이 쉬 돋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shutterstock
털이 많았던 인류의 조상들에게 소름이 돋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누웠던 털들이 일제히 일어서니 덩치가 평소보다 커 보였을 것이다. 소름이 상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신체 반응이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고슴도치 같은 몇몇 동물은 털을 세워 상대에게 겁을 준다. 또 털들이 일어서면 털 사이에 공간이 생겨 보온 효과가 유발된다. 단열 성능이 뛰어난 공기가 털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니 피부는 추위를 덜 탔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인류 조상에 비하면 털이 없다시피 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털을 세워 실제적으로 득을 볼 게 거의 없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마치 엉덩이 상부에 자리한 꼬리뼈의 흔적처럼 소름은 신체 반응의 흔적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한데 소름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인위적으로 돋아나게 할 수 없다.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충격이나 반대로 성적 흥분, 추위 등의 자극이 아니면 소름은 생겨나지 않는데 이는 의도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의 일종이다.
닭살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는 건 어쩌면 현대인이 적잖은 스트레스를 접해야 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뜻으로 뒤집어 해석될 수도 있다. 사실 닭살이라는 말 외에도 ‘심쿵’ 등의 유행어가 널리 사용되는 이면에는 스트레스 환경이 자리한다. 그러니 소름이 자주 돋는다는 건 우리 몸과 정신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소름을 가리켜 닭살이라 하지 않고 흔히 ‘거위살(Goose Bump)’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서양인들이 털이 많고 땀구멍이 커서 닭 대신 거위를 동원한 표현을 썼을 수도 있다. 닭살은 이 밖에 문화권에 따라 ‘새살(일본)’, ‘오리살(아랍)’ 등 이런저런 조류의 털 뽑힌 살을 묘사하는 말로 대치된다. 하지만 닭살로 불리든 다른 조류의 이름을 따서 불리든 소름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물론 아니다.
인체에서 닭살이 가장 흔히 돋는 부위는 동서양 사람을 가리지 않고 팔뚝이다. 왜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팔뚝에 닭살이 쉬 돋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충격적인 상황을 맞거나 갑작스러운 황홀경에 빠져 소름이 돋았다면 십중팔구 팔뚝 부위이므로 확인이나 목격이 쉬운 점은 있다. 소름이 돋거나 심쿵 하는 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반응이다. 가능하다면 피해야 할 일이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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