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을은 입맛이 돌아오는 계절이다. 특히 올해처럼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난 뒤 맞는 가을은 식욕이 어느 때보다 왕성할 수 있다. 먹는 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일까, 맛있는 음식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그래서 가을은 ‘입속의 침’이라는 존재를 실감나게 자각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침은 평소 사람들이 공기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아가듯 우리 몸에 얼마나 긴요한 분비물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침은 노폐물의 집합인 대소변보다도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침은 그리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분비되는 침의 양이 1리터 안팎에 이를 만큼 만만치 않다. 침의 분비가 특히 많은 사람이라면 1.5리터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커다란 생수병을 거의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소변보다는 양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부피로만 따지면 하루의 침 분비량은 대변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침이 얼마나 소중한지 예를 들자면 헤아릴 수도 없다. 소화를 돕는 기능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도 한둘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침이 부족하면 치아가 쉽게 상하는데, 이는 바꿔 말해 침이 항균작용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침은 음식을 코앞에 두고 있으면 저절로 분비된다. 침의 분비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뉴시스
이 밖에 침 속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있다. 남녀가 본능적으로 입맞춤을 하는 건 테스토스테론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침이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일부 영장류나 조류도 암수가 자주 입맞춤을 하는데 이 또한 성적 친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침은 대소변보다 훨씬 ‘엄격한’ 나름의 분비 주기가 있다. 침의 분비 주기는 24시간, 즉 하루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침 분비가 없거나 크게 줄어들다 오후가 되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텁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새벽녘 침의 분비가 하루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침은 음식을 코앞에 두고 있으면 저절로 분비된다. 침의 분비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음식을 먹기 전은 물론이지만 음식을 먹고 난 뒤에도 30분가량은 ‘줄기차게’ 침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소화를 돕기 위한 게 아니다. 침에는 점액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점액 성분이 구강 내부를 보호하고 잘게 씹힌 음식을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해준다. 일종의 윤활유이자 코팅막 구실을 하는 셈이다.
침은 또 공기가 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에 분비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더운 여름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그런가 하면 의자 등에 앉아 있을 때보다는 서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침이 잘 나온다.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보다는 서서 일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더 잘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침의 분비가 원활하면 아무래도 그만큼 입맛이 살아 있을 확률이 높다.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환절기, 적당한 운동은 침 분비를 촉진하고 입맛을 돋워주는 구실을 한다. 식욕이 지나쳐도 문제지만 운동이 동반된다면 비만의 위험성은 줄어든다. 그러고 보면 침은 가을철 입맛 유지와 체중 관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글·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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