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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2년차 징크스', 흔한 현상!

"당신 닮아서 우리 영희 학업 성적이 안 오르나봐요(웃음).", "글쎄요, 고모나 삼촌들 보면 당신 말고는 당신네 식구들도 공부를 탁월하게 잘한 건 아니잖아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과 아들을 둔 K씨 부부는 자녀들의 성적표를 받아볼 즈음이면 은근히 날 선 말들을 주고받는다.

이 부부는 세칭 명문대를 나왔다. 한데 고교생인 두 자녀는 엄마 아빠가 나온 정도의 대학 진학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부부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걸 두고 서로 상대 집안 탓을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들판에서 거둬들인 곡물만이 수확은 아니다.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졸업반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공부해온 결실을 거두는 시기다. 어디 공부뿐이랴, 프로야구 같은 운동선수들도 한 해를 결산하는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속담에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지만, 서열의 잣대를 들이대면 자식이 부모보다 못한 예를 찾기 어렵지 않다. 아니 찾기 어려운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노벨상 수상이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두 남녀 과학자가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고 치자. 이 아이는 부모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인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통계는 그 반대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이른바 '평균 회귀' 현상이 그것이다. 지능이나 신체적 특징 같은 것이 대를 이어 우수하게 전해지기보다는 평균값을 향해 퇴보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대를 이어서가 아니라 개개인으로 좁혀봐도 비슷한 평균 회귀 현상들이 나타난다. 스포츠계에 흔한 이른바 '2년 차 징크스'가 단적인 예다. 축구나 야구에서 신인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은 데뷔 이듬해에는 성적이 첫해만 못한 경우가 왕왕 있다.

2년 차 부진을 흔히 징크스라고 말하지만, 첫해 성적이 예외적으로 뛰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운동선수가 개인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면, 이듬해에는 그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 아무래도 떨어지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게 당연하다.

2년 차 징크스는 자연계에 흔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있다. 첫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아무래도 마음이 느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에 성공해 큰 기업을 이룬 부모 밑에 경영인으로 부모보다 더 나은 자녀의 예가 흔치 않은 건, 평균 회귀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이다. 창업자와 달리 2세들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예를 들면 '헝그리(hungry : 갈망하는) 정신'이 부족해 부모만큼 기업 운영을 못할 수도 있다.

2년 차 운동선수든 자녀든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도 없다. 부모나 감독 혹은 구단주 처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확의 계절, 성적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섭리를 이해하고 따르는 게 모두를 위해 가장 현명한 길이지 않을까.


스포츠계는 2년 차에 징크스가 흔하다.

▶스포츠계에선 신인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2년 차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징크스가 흔하다.


· 김창엽(자유기고가)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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