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희야, 나 지금 기분이 아주 꿀꿀해.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좋지 않단 말이야. 너는 그런 적 없니?" 지난 주말 오후 늘어지게 한숨 자고 일어난 주부 C씨가 전화기를 붙잡고 친구에게 '이상한 기분'을 호소한다. 그가 낮잠 뒤 울적한 듯 야릇한 기분에 빠져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단어로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기분을 낮잠 뒤끝에 수없이 느꼈다. 그는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가장 솔직하게 묘사한다면 좀 저속하지만 '더러운' 심사"라고 말했다.

▷낮잠을 자고 나면 수면 후유증으로 일종의 이상 정서가 유발될 수 있다.
낮잠 뒤 찾아오는 '더러운' 기분은 C씨만 겪는 걸까? 그의 친구 영희 씨의 맞장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낮잠 뒤 이상 심리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넌 젊어서부터 그렇다고 했지? 난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 다행스럽게 그런 기분은 서너 시간 지나면 사라지잖니."
낮잠 뒤 이상한 기분은 소수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인터넷 토론 혹은 문답 사이트 등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낮잠 뒤 기분과 관련한 경험, 궁금증 등을 쏟아내고 있다. 낮잠 끝에 찾아오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전문가들도 그 같은 증후군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질환으로 분류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인지, 이 특이한 기분에 붙여진 이렇다 할 명칭조차 없다.
춘곤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의도치 않게 낮잠에 빠져드는 상황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낮잠 후의 이상한 기분을 경험할 확률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계절이 시작됐다.
낮잠도 분명 수면의 한 형태이다. 그런데 왜 밤잠과는 달리 사람에 따라서 혹은 상황에 따라서 깨고 나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관련 연구나 조사가 극히 드문 만큼 똑 부러지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낮잠이 '불완전한 수면'인 탓에 일종의 후유증으로 이상 정서 상태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 뒤따르는 낮잠은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같은 낮이라도 오전보다는 오후에 드는 낮잠이 깬 뒤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은 적어도 대략 1시간 안팎 이상 비교적 긴 낮잠을 자고 난 후에 깨어나면 망연자실, 우울 등의 정서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낮잠이 길어지면 밤잠에서와 마찬가지로 렘(REM) 수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한다. 렘 수면은 깊은 잠에 들어선 수면 단계 가운데 하나이다. 낮잠일망정 깊게 잔 뒤 깨면 눈을 떴더라도 몸 상태와 기분이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생체 리듬이 흐트러져 있다면 정신이 몽롱한 듯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낮잠 뒤 찾아오는 이상한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운동이나 햇볕 쬐기가 좋다. 몸을 활발히 움직여주면 정신 상태도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또 햇볕을 쬐면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급격히 줄어 정신이 말짱해질 수 있다.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도 얼마간 도움이 된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4.13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