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여보, 파마하고 올 테니 점심은 알아서 차려 드세요."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주말 가정주부 C씨는 미뤄왔던 머리 손질을 위해 집을 나섰다. C씨는 대략 두어 달에 한 번씩 파마를 하려고 미용실을 찾는다. 그가 인식하지 못할망정 파마 미용실의 본질은 '뷰티 숍'보다는 '화학 실험실'에 가깝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안지만 선수.
화학 실험은 물리 실험보다 시간을 더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커트를 할 때보다 파마를 할 때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커트는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물리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파마는 머리카락에 근본적인 변화, 즉 화학작용이 일어난 결과이다.
'영구적인'이란 뜻의 영어 단어 '퍼머넌트'에서 유래한 '파마'는 말 그대로 효과가 사뭇 영구적이다. 그렇다면 샤워 뒤끝의 촉촉한 머릿결도 실은 똑같은 화학작용의 결과인데 왜 영구적으로 형태가 유지되지 않을까?
파마나 머리 감기나 화학작용을 동반하는 건 같지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종류는 다르다. 학창시절 화학 시간에 귀를 기울였다면 '수소 결합'이니, '황화 결합'이니 하는 말을 접해봤을 것이다.
좀 거칠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파마는 황화 결합을 조작한 결과이고, 이 때문에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반면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머리카락 내부에서 유지되고 있는 수소 결합이 일시적으로 끊어졌다가,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이 마르면 다시 원상으로 회복된다.
샤워 뒤 머리카락이 저절로 마르기 전에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손질하면, 손질한 대로 수소 결합이 이뤄진다. 파마만큼은 아니지만 헤어드라이어의 '약발'도 그런대로 장시간 유지되므로 자신만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멋을 내는 사람들에게 헤어드라이어는 상당히 유용한 물건이다.
머리카락만의 이런 오묘한 조작의 특성은 거의 전적으로 '케라틴'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머리카락은 긴 케라틴 단백질이 마치 새끼 꼬이듯 꼬여 만들어진다.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지만 과거 지푸라기를 이용해 새끼를 꼬는 일이 농촌에서는 꽤 흔했다.
새끼 꼬기의 가장 흔한 형태는 세 가닥의 지푸라기를 서로 엮은 것이었다. 머리카락 역시 케라틴 세 가닥이 꼬여 새끼줄처럼 한 줄의 섬유가 된다. 한 올 한 올의 머리카락은 이런 섬유들이 여럿 모인 것이다.
세 가닥의 케라틴은 황화 결합과 수소 결합을 통해 서로를 붙들고 있다. 파마를 해본 사람들은 대개 알겠지만 파마를 할 때 미용사는 머리에 두 번 서로 다른 '약'을 바른다. 투입하는 약품은 기존의 황화 결합을 끊는 약(환원제)이다. 이후 환원 효과를 없애주는 중성화제를 발라준다.
황화 결합을 조작하는 파마의 결과는 지퍼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파마를 하기 전의 머리는 이가 제대로 잘 물린 상태로 지퍼를 잠근 것과 같다. 하지만 머리카락에 약을 바르고 나면 지퍼의 이가 어긋나 물린 상태로 변한다.
지퍼 이가 어긋나면 옷 앞자락이 우그러질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런 식으로 머릿결을 우그러뜨리는 게 파마이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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