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조금 더 높이 올려서 찍으면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수 있어.” “어 정말이네.” 여중생인 듯한 두 소녀가 동네 공원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얼굴 ‘셀카(셀프 카메라 줄임말. 영어로는 selfie)’에 여념이 없다.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특히 흔한 얼굴 셀카는 같은 사람이라도 찍는 각도에 따라 사뭇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한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얼굴 셀카 사진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었다는 점이다.
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셀카를 할까? 사진을 여러 번 찍어본 경험의 소산일 수도 있지만, 그 뒤편에는 자신도 모르는 ‘본능’이 작동 중일 수 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얼굴에 대한 선호가 바로 그것이다.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으면 대개 더 젊거나 어린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려 찍으면 더 성숙하거나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 연출된다. 젊거나 어린 느낌을 자아내는 원리는 간단하다. 이마와 눈 부분이 확대 강조되고, 광대뼈나 턱 부분은 축소되는 탓이다.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린아이들의 얼굴과 신체 비례는 성인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체 전체적으로는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성인 여성의 미인 기준은 팔등신이지만, 어린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반대로 머리(얼굴) 비중이 큰 탓이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유아는 ‘사등신’ 수준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육등신’ 이상 되기 쉽지 않다. 얼굴 자체도 이마나 정수리 부위는 발달된 반면, 볼이나 턱은 성숙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으면 어딘지 어려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어린 것’들의 얼굴과 신체 모습이 귀여움을 유발하는 건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큰 개보다 강아지가 귀엽고, 닭보다는 병아리가 더 사랑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대다수 생명체에서 어린 것들이 성체보다 호감을 준다.
머리 혹은 얼굴 부분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하는 건 디자인 마케팅에서 ‘호의’를 이끌어내는 기본이다. 캐릭터나 카톡의 이모티콘 등에서 자명할 정도로 얼굴을 크게 표현하는 것이 그 예이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뽀로로’ 같은 캐릭터도 몸뚱이보다 큰 얼굴이 아니었더라면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생명체들의 큰 두상과 특유의 이목구비를 ‘유태(어린 모습:neoteny)’ 현상이라고 한다. 아울러 유태는 어른(성체)들의 보살핌과 도움을 자아내는, 일종의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유태 현상은 여성들에게서 더 뚜렷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젊거나 어려 보이면 가임 가능성이 그만큼 높고 남성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턱 선이 남성보다 부드럽고, 눈 바로 위의 이마 융기가 덜 두드러지는 등 유태에 가까운 것도 젊고 어린 느낌을 주도록 진화한 결과라는 얘기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인류학자들은 “아시아인이 흑인이나 유럽인보다 유태 보존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진화한 존재”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린 것’이 ‘어른스러운 것’보다 더 발달한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은 진화의 역설이다.
글·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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