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콜럼버스. 이탈리아 출신의 스페인 탐험가. 1492년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해 세계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이순신. 조선의 장군. 1592년 일어난 조일전쟁(朝日戰爭)에서 왜군에 맞서 바다를 지켜내어 나라를 구했다. 언뜻 두 인물은 연관이 없다.
100년의 시차, 스페인과 한반도란 공간적 거리를 감안하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의 맹활약 배경에는 콜럼버스의 그림자가 어리어 있단다.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할까. “인문학은 흔히 말하듯 문학, 역사, 철학의 영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를 다루건 인간이라는 틀로 접근하는 연구와 성찰”이라고 말하는 인문학자 김경집이 그랬다. 그런데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명은 이렇다.

▷생각의 융합 김경집 지음 | 더숲 | 491쪽 | 1만 6500원
콜럼버스는 공연히 대서양을 건너는 모험에 나선 게 아니었다. 그는 인도로 가는 새 항로를 찾으려했다. 당시 유럽과 인도 사이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가로막고 있었다. 해서 후추 같은 향료는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노다지였다. 인도에 갈 수만 있으면, 향료 등 귀한 물품을 가져오기만 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게 스페인 왕가를 설득해 떠났다가, 인도 대신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다.
스페인은 그 아메리카 대륙에서 막대한 은(銀)을 들여왔다. 그리고 유럽은 거의 무진장한 은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동방교역에 나선다. 그 나라 중 하나가 포르투갈. 1543년 표류하던 중국 해적선이 폭풍우를 만나 일본에 도착했는데 이 배에 탔던 포르투갈인을 통해 철포(鐵砲), 즉 총이 일본에 전해졌다. 바로 조총이다.
당시 전국시대였던 일본에서 조총은 큰 환영을 받았고, 결국 일본을 제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륙 정벌을 꿈꾼다. 그래서 벌어진 것이 조일전쟁, 바로 임진왜란이다. 조총을 앞세운 왜군은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하지만 여기에 유일하게 맞섰던 것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해군이었다.
지은이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약탈하고 채굴한 막대한 은이 없었더라면, 유럽이 중국과의 교역에 적극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덕에 조총이 일본에 전래되지 않았더라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할 수 있었을지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환관 정화(鄭和)가 이끈 명나라 함대의 대항해가 거론된다. 중국은 정치적 목적에서 대항해에 나섰지만 유럽은 경제적 목적에서 동방 진출을 꾀했다든가, 이순신 장군의 승리는 조총보다는 대포가 위력을 발휘한 해상전의 특색 덕분이었다는 등 색다른 시각도 선보인다.
“틀리면 어떻고 엉뚱하면 또 어떤가? 갇힌 틀에서 벗어나는 꿈틀거림이 나를, 미래를 살려낼 것”이란 지은이의 말이 신뢰가 간다. 융합이라기보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종횡무진 꿰고, 연결 짓고, 대비하는 시도로 읽히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사족. 사소하거나 의도치 않았던 사건들이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핀볼 효과>(제임스 버크 지음, 궁리)를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글 ·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2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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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