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뭐라고? 여름이면 자동차 연비가 더 좋아진단 말이지?” “네, 아버지. 에어컨만 틀지 않는다면요.”
“도대체 어떻게? 난 믿을 수가 없구나.” 40대 후반의 임 씨가 70대 후반인 아버지와 얘기를 나눈다. 임씨는 과거 10여 년 미국 생활을 하면서 여름휴가철이면 대륙을 종횡하는 여행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느낀 게 여름철에는 자동차 연비가 살짝 좋아진다는 점이었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휘발유는 여름용 이 겨울용보다 에너지 함량과 생산 단가가 더 높다.
한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고, 예고 없이 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여건에서는 여름철에 자동차의 연비 향상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운전 경험이 많고 예민한 운전자라면 여름철 연비가 최소한 다른 계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했을 수 있다. 여름철 자동차 연비가 특히 겨울철에 비해 높아지는 이유는 계절별로 연료 특성이 다른 탓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자동차 휘발유라 하더라도 여름에 공급되는 게 겨울에 보급되는 것보다 함유 열량이 높은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여름철 휘발유와 겨울철 휘발유의 품질 기준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계절별 기온 차이 때문이다. 휘발유를 예로 들면 여름철에는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증발이 쉽게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대기 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름철 휘발유는 이런 온도 상승에 맞춰 증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무거운’ 성분의 구성 비중이 커진다.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는 이른바 ‘탄화수소’의 복합체이다. 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화학 물질인데, 보통 탄소 개수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예컨대 프로판은 탄소가 3개, 부탄은 4개, 옥탄은 8개인 식이다. 휘발유는 탄소가 4~12개인 탄화수소 복합물인데, 탄화수소 개수가 많을수록 무겁고 증발하기 어렵다. 여름철 휘발유에는 겨울철 휘발유에 비해 미세하나마 무거운 탄화수소가 더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탄화수소의 개수가 많을수록 연소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디젤 자동차의 연비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월등히 높은 건 엔진 특성이 다른 점도 있지만, 디젤 자체가 휘발유보다 탄화수소가 많은 성분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디젤 차는 휘발유 차보다 보통 연비가 4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차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그렇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40% 중 절반인 20% 정도가 연료 자체의 차이, 즉 디젤이 휘발유보다 열량이 높은 데서 기인한다고 풀이한다.
같은 휘발유라도 여름용은 에너지 함량이 높고 생산 단가 또한 높다. 수요 공급 여건이 똑같다면 여름철에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이유이다. 휘발유 생산·공급 업체는 6~8월은 법적으로 여름용 휘발유를 제조해 공급해야 한다. 유통 업체는 한 달 늦은 7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 두 달간은 여름용만 팔아야 한다.
공급 업체나 유통 업체 모두 값이 상대적으로 싼 겨울용 휘발유를 여름에 공급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법이다. 석유 품질 관리당국의 여름철 휘발유 품질 검사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만약에 있을 수도 있는 이런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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