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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까만피부가 우성인데 왜 뽀얀 피부에 끌리지?

“저는 여름만 되면 무엇보다 피부가 까맣게 변하는 게 싫어요.” 20대 중반 여성인 이 씨는 사춘기 이래로 여름의 강한 햇살이 불편하다. 그는 세 살 터울인 언니가 무척 부러운데, 언니는 햇볕에 그을려도 얼굴이 검게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철 휴가가 지나고 나면 두 자매의 피부색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 씨는 언니와 다른 피부 특성이 집안 내력에서 비롯됐다고 짐작한다. 아버지의 얼굴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먼저 빨갛게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 짙은 색으로 바뀌는 걸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반면 어머니와 언니는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얼굴이 빨갛게 익는 것까지는 비슷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옅은 색으로 돌아오곤 했다.

인종이 흔히 피부색으로 구분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피부는 유전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인종의 경계만큼 뚜렷하지는 않아도, 햇볕에 그을릴 때 피부 색깔이 변하는 정도 역시 실상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한국 사람이 똑같은 양의 햇볕에 노출돼도 피부가 그을리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얼핏 구분이 힘들 수는 있지만, 흑인들 역시 얼굴이 더 잘 타는 유형이 있고 덜 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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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다른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해변'. 같은 인종이라도 유전적인 요소의 차이 때문에 피부가 햇볕에 타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피부색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차별의 대상일 때가 많다. 한데 상당수 진화인류학자들은 어느 사회건 보통은 짙은 얼굴색보다 옅은 얼굴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얼굴색에 따른 선호는 배우자 선택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진화인류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화 측면, 즉 자연선택이란 관점에서는 대체적으로 짙은 피부색이 유리하다. 우성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 예로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암 발생 등을 막는 데 같은 환경에서라면 흑인이 가장 유리하고, 다음이 동양인, 백인 순서라 할 수 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생물학적으로 강한 특질이 선호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부색에서만큼은 ‘자연의 법칙’에 거슬리는 선택, 즉 옅은 피부색이 더 선호된다. 일부전문가들은 이를 ‘남북 지역 격차’ 현상이 피부색 선호도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남북 지역 격차(North-South Divide)’는 유럽, 동아시아, 북미 등 북쪽 지역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남쪽 지역보다 대체로 경제 등이 더 발달된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런 현실은 옅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더 풍요롭다는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일수록 얼굴색이 옅은 것은 위도가 높을수록 햇볕이 그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위도가 비슷해도 남반구 사람들의 피부색이 더 짙은 건 남반구에 내리쬐는 햇볕이 더 강한 탓이다. 지구는 6~7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12~1월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탓에 남반구의 여름(12~1월) 햇볕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측정에 따르면 남반구의 햇볕은 북반구에 비해 평균 7% 정도 강하다. 게다가 남반구는 북반구에 비해 오존층이 얇고, 공기가 맑아 같은 시간 햇볕에 노출돼도 피부가 더 많이 그을릴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여 있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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