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음식은 잘했다만, 이놈의 입맛이 지랄이구나. 미안하다.” “아니에요, 어머님. 여름이라 입맛이 떨어져서일 거예요. 제가 입맛 돋우는 음식을 해볼게요.” 최근 들어 부쩍 식욕이 떨어진 80대 초반의 시어머니 황 씨가 밥상머리에서 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한데 나이 탓, 계절 탓도 있겠지만 사실 황 씨는 젊은 시절부터 식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올해 50대 중반인 김 씨. 그는 비즈니스 특성상 손님과 대화가 잦은 편이다. 김 씨는 고객들과 점심시간 직후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씩 곤란을 겪는다. 상대에게서 음식 냄새가 날 경우 예외 없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 탓이다. ‘꿀꺽’ 하고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모습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맛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또 식욕이 좋은 사람도 있고, 시원찮은 사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십중팔구는 부모에게 감사하든지, 혹은 부모를 좀 원망해도 될 것 같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입맛’이라는 게 선천적으로 타고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맛에 대한 감각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쌉쌀하면서 고소한 맛을 지닌 브로콜리.
예를 들어보자. 브로콜리는 몸에 좋은 채소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브로콜리가 식탁에 오르면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좋다지만, 써서 못 먹겠어요.” 박 씨는 식사를 할 때 브로콜리만 골라내고 먹는다. 반면 박 씨 아내는 브로콜리광이라고 할 만큼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너무 고소하지 않나요?” 박씨 부부가 브로콜리에 대해 전혀 딴 맛을 느끼는 건 무엇보다 쓴맛에 대한 미각이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각 전문가들은 페닐티오카바마이드(PTC)라는 물질에서 전혀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25%, 조금 쓰거나 매우 쓰다고 느끼는 경우가 75%쯤인 것으로 추정한다. 쓴맛에 대한 이런 감각은 PTC가 아닌 다른 물질(음식)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흡연자들이 대체로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담배는 음식은 아니지만, 혀의 미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담배에 대한 기호도 집안 내력일 가능성이 크지만, 쓴맛을 좌우하는 것 또한 유전자라는 사실은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결과 단맛에 대한 감각 역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각에 대한 연구로 정평이 있는 미국 모넬연구소는 “커피를 탈 때 설탕을 한 스푼 더 넣는 사람들은 단맛 수용성이 떨어지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243쌍, 이란성 쌍둥이 452쌍, 보통 사람들 511명에 대한 미각 테스트 결과 단맛을 느끼는 정도가 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단맛에 길들여진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특히 단 음식을 밝힌다면 선천적으로 단맛에 둔감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게 이번 연구의 요지이다. 학자들이 단맛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모두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부 ‘단맛 유전자’가 포도당이나 과당 혹은 인공감미료 등에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점은 일찍이 확인된 바 있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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