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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죽음 앞에 서보니 사랑만이 답이다

“진실은 힘이 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울릴 때 흔히 이 말이 쓰인다. 지어낸 TV
드라마나 영화보다 극적이고 눈시울 뜨겁게 할 때가 그렇다.


죽음을 가까이한 이의 글이라면 더욱 그렇다. 선량하고 진솔하기 때문이다. 죽을 때면 고향을 그리
워한다는 동양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이나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노래, 작품을 뜻하는 서양의 ‘백조의 노래(Swan Song)’가 모두 그런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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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 앨리스 호프먼 지음|최원준 옮김|부드러운말|133쪽|1만 원

 

책에도 그런 것이 적지 않다. 작가들의 솜씨가 발휘된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좋고, 멋진
미사여구로 가득한 수필집도 눈길을 끌지만 때로는 담담하고 진솔한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외 지음, 살림)이다.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대학교수와 제자의 대화를 담은 이 책은, 그 진정성 덕에 국내에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이 책 역시 그런 류에 속한다. 미국의 유명 작가인 지은이는 어느 날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죽음이
곁에 다가온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되고, 영화화가 진행되는 등 잘나가던 때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후 암 치료를 받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 자신에게 너무 깊이 실망해서 삶을 놓아버렸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너무나 잃어버리기 쉬운 삶의 아름다움을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쓴 글을 모았다.


저자는 “슬픔을 받아들이자”라고 권한다. “병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없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하지만 투병 중에 내가 무엇을 할지는 정할 수 있었다”며 유방암을 위한 기금 모으기에 나선다. 그러면서 “문제는 여전히 거기 있지만 당신이 그것에만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용서하자”고도 한다. 지은이는 치료를 받던 중에 아빠와 점심을 먹는다.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다. 여덟 살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빠였으니 그럴 만했다. 아빠가 끔찍한 부모여서 미안했다고 사과했을 때 지은이는 “이해해요. 우리가 서로 잘못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목이 메어와 속으로만.


“처음 해보는 일을 하자”는 조언도 담겼다. 꼭 하고 싶었지만 실패할까 두려워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하라는 것이다. “시도를 했는데 안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않을까”라고 용기를 북돋운다. 대부분의 기술들은 실패하지 않고서는 더 나아질 수 없다면서 뜨개질을 예로 든다. 여태 뜬 실을 다시 풀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만들지 못할지라도 그게 시간 낭비는 아니란다. 일단 시작을 하면 한 땀 한 땀 배우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은이는 암 진단을 받은 후 15년이 넘었지만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충격적인 경험을 겪고 자기만
의 방식으로 보듬어내지만… 사랑은 정말로 답이 될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100쪽이 조금 넘는 작은 책이지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귀한 선물 같은 책이다.

 

·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20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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