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으흐흐흐~, 에이취.” 올해 50세인 김우상 씨는 한여름 재채기 때문에 민망할 때가 많다. 환절기도 겨울도 아닌 햇빛 쨍쨍한 여름에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재채기를 할 때면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서다. 김 씨의 여름 재채기는 거의 ‘상습적’이다. 그의 기억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여름에 재채기가 잦았다. 그는 재채기가 집안 내력이라고 생각한다. 70대인 그의 부친 또한 젊었을 때부터 자주 재채기하는 것을 목격해 온 까닭이다.
30대의 주부 이재인 씨는 최근 세 살 난 자녀와 함께 유아원에 가다가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한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에 따르면, 햇빛 좋은 날 둘이 길을 걷다가 동시에 재채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엄마, 왜 ‘에치’ 해? 바람도 안 부는데”라는 자녀의 질문을 받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포털을 검색했다. 그러고 나서 사람에 따라 ‘햇빛 재채기’ 증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게 됐다.
햇빛 재채기는 병이 아니다. 일종의 조건반사와 비슷한 현상이다.
다만 일부 사람들에 한해서 발생하고, 게다가 유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전도 우성이다. 어머니나 아버지 둘 중의 한 사람에게만 햇빛 재채기가 있어도 자녀 역시 이런 증세를 가질 확률이 높다. 햇빛 재채기가 병증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특별히 건강에 해롭지 않은 까닭이다. 햇빛 재채기는 코 점막을 자극해 발생하는 일반 재채기와 원인이 다르다. 햇빛 재채기는 햇빛이 코 점막이 아니라 동공을 자극해 생긴다는 게 이채롭다. 밝지 않은 곳에 있다가 햇빛 혹은 조명이 강한 곳으로 나오면 인간의 동공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조건반사적으로 크기가 줄어든다. 유전학자들은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신경과 재채기 유발에 관계된 신경이 연계된 것으로 추정한다. 햇빛 재채기가 있는 사람들은 코 점막 자극이나 햇빛에 의한 동공 자극을 같은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재채기를 하는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일반 재채기는 이물질을 코나 입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한다. 재채기할 때 공기를 입이나 코 밖으로 밀어내는 속도가 시속 최고 150킬로미터에 이르는 것도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일거에 몸 밖으로 쓸어내기 위해서이다. 재채기는 소변이나 침 뱉기 등을 포함해 인간의 생리 혹은 근육작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속도 가운데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햇빛 재채기는 ‘광반사 재채기’로도 불리는데, 미국의 한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25퍼센트가 햇빛 재채기와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한국인 가운데 햇빛 재채기 인구의 비율은 조사된 바 없다.
햇빛 재채기와 관련된 유전자는 일종의 돌연변이에 의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햇빛 재채기는 그 자체로 우리 몸에 해도 없지만 그렇다고 커다란 이득을 안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재채기할 때 눈을 순간적으로 감는다든지, 눈을 게슴츠레 뜸으로써 햇빛으로 인한 눈의 손상 가능성을 줄여줄 여지는 있다.
재채기는 여전히 유전적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당히 신비한 현상이다. 한 예로 햇빛 재채기 외에 ‘섹스 재채기’라는 특이한 현상도 있다. 성적으로 흥분하거나 절정에 이르면 남녀 가릴 것 없이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왜 성적으로 흥분하면 재채기를 하는지 그 이유는 제대로 추론되지 못하고 있다. 재채기는 생리학적으로는 조건반사와 매우 유사한 행동이다.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조건반사는 의지에 따라 통제되기 어렵다.
햇빛 재채기와 섹스 재채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일반 재채기 또한 잠을 자는 중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코에 가볍게 이물질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렇다. 잠에 빠져든 상태에서는 운동 뉴런이 자극받지 않으며, 이에 따라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햇빛 재채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코나 목에 이물질이 있을 때 재채기를 쉽게 유도할 수 있어 이물질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체외로 배출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의료진들이 이 경우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눈에 순간적으로 강한 광선을 쬐어 줌으로써 재채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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