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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열대야, 습도와 기온의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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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온이 31도라는데, 33도였던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아.”

여름철이면 날씨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로부터 가끔 이런 불평을 들을 수 있다. 기온이 높을수록 더 더운 건 상식이다. 하지만 체감더위가 기온과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온도가 낮은데도 반대로 더 덥게 느껴지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지만, 목욕탕 욕조 속의 물과 건식 사우나의 온도를 비교하면 체감온도가 실제 온도와 따로 놀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우나실의 온도는 보통 섭씨 80~90도 정도이다. 반면 욕조 물의 수온은 사우나의 절반 남짓인 섭씨 45도 안팎으로 관리된다.

한데 욕조 물의 온도를 섭씨 50~55도 정도로 조금만 올려도 욕조에서 오랫동안 견딜 사람은 많지 않다. ‘앗, 뜨거워’ 하면서 얼마 견디지 못하고 욕조 밖으로 뛰쳐나올 확률이 높다. 반면 80~90도쯤 하는 건식 사우나에서는 높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화상을 입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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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온도에 같은 부피라면, 예를 들어 섭씨 50도의 대기와 물을 비교해 보면 물에 훨씬 더 많은 열이 들어 있음은 자명하다. 또 똑같은 1천시시(cc) 부피에 섭씨 30도인 공기라도 수분 함량이 다르면 전체 열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똑같은 부피에 같은 온도라도 수증기 알갱이가 1천개인 공기가 수증기 알갱이 100개인 공기보다 실제로 품고 있는 열이 더 많다. 대기 속의 물방울들 또한 많고 적음이 기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섭씨 31도이면서 습도가 높은 날이, 기온이 33도이면서 습도가 낮은 날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습도를 감안한 ‘체감 더위’는 수치로 표현되기도 한다. 미국 등지에서 통용되는 열 지수(Heat Index)가 한 예다. 기온 31도에 상대습도가 80퍼센트인 날의 체감 열 지수는 무려 41도에 달한다. 반면 기온 33도에 상대습도 40퍼센트인 날의 체감 더위는 34도 정도이다. 섭씨 31도인 날이 섭씨 33도인 날보다 무려 7도가량 더 덥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서울에서 첫 열대야가 나타난 지난 8~9일의 더위는 습도와 기온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이른 아침 기온은 27도, 상대습도는 8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이를 열 지수로 환산하면 30도 더위에 해당한다. 아침부터 ‘푹푹 찐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온도이다.

습도와 온도의 상관관계는 습도(습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여름을 곧 그만큼 쾌적하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이 여름철 실내에서 습도를 낮추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에어컨을 켜거나 선풍기를 돌리는 정도이다. 에어컨과 선풍기의 작동 원리는 다르지만 체감 온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습도를 낮춰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체감 온도와 습도 강하 효과는 선풍기보다는 에어컨이 훨씬 크다. 선풍기와 에어컨의 가장 큰 차이는 선풍기는 에어컨과 달리 그 자체로 냉기를 뿜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풍기 바람이 몸을 시원하게 해 주는 원리는 겨울철 바람이 불면 더 춥게 느껴지는 것과 똑같다. 바람이 빠른 속도로 피부의 열을 앗아가는 것이다.

물론 바람은 동시에 습도도 낮출 수 있다. 여름철 빨래에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면 빨래가 잘 마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선풍기는 대기의 온도, 즉 기온 자체가 높으면 열을 빼앗아가는 효율이 뚝 떨어진다. 예를 들면 방안의 온도가 체온에 육박하는 섭씨 33~34도 쯤 되면 선풍기를 세게 틀어도 그다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마련이다. 기온에 미치는 습도의 영향을 알면 여름휴가 때 피서지를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휴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더위 자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온도는 물론 습도 또한 낮은 지역을 고르는 게 좋다는 얘기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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