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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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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끔 나는 수업시간에 칠판 가득히 수업 내용을 써놓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노트에 필기할래? 아님 스마트폰으로 찍을래?”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히 모두 한결같다. “찍을래요!” 개중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진짜 찍어도 돼요?”라고 말이다. 그럼 나는 “이리 나와서 잘 보이게 찍어라!”고 답한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야, 잘 찍어서 나한테 이메일로 전송해 줘!” 떠꺼머리 남자 고등학생들이라 그런지 걱정할 것은 없었다.

물론 이렇게 사진만 찍게 하고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가 작은 노하우다. 다음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전 시간까지 수업한 곳을 맞히면 상품을 주고 맞히지 못하면 벌칙을 부여하겠다. 지금부터 스마트폰에 찍힌 수업 내용을 찾아봐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살핀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키우면서 화면 가득히 담겨있는 수업 내용을 살핀다.

이렇게 쓰는 스마트폰은 아주 간단하게 스마트 교육의 풍경이 된다.

근사한 첨단기기를 갖춰놓고 화려한 파워포인트 자료로 수업해야만 스마트 교육이라 오해하면 곤란하다. 칠판으로 될 거면 칠판에서, 한걸음씩 직접 걷게 하며 가르치는 게 좋다면 복도에서, 실외에서 널찍하게 흩어져 진행하는 게 좋다면 운동장에서 하면 된다. 첨단기기를 사놓아야만 스마트 교육이 된다고 믿는 순간 스마트 교육은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마트폰을 간단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교수법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을 활용해도 스마트 교육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다.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다시 클라우드 프린터로 인쇄하며 전자책도 만들 수 있다. 그뿐인가. 강의를 직접 촬영하고 다시 자신이 요약한 결과물을 무료 웹드라이브에 올려서 함께 공부할 수도 있다.

스마트 교육은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검색하다 보면 사색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검색을 통해 사색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야 스마트 교육의 토대가 튼실해진다.

지금 우리는 엄청난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열린 세상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상상 이상으로 변하고 있다. 전자책을 교과서로 만들기 전에 스마트 교육의 바탕을 교육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한다.

며칠 전 학교 봉사활동을 위해 모인 학부모님들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락체계를 만들었다.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얼굴이 속속 올라와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하지만 오늘 아침 봉사활동 회장 학부모님이 학교로 찾아와서 ‘죄송스럽다’며 양해를 구했다. “우리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부모도 스마트폰 같은 휴대폰을 사지 않기로 했어요”라고 말이다.

우리 시대에는 스마트폰쯤은 가볍게 들고 나서야 하는데 맹모(孟母)들에게는 아이들의 스마트폰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스마트 교육은 무엇이며 또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를 학교의 교육자들과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 정부 당국자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허병두(숭문고 교사·책따세 공동 대표)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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