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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역사이야기] 간택하라~ 한두 살 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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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실 혼례식에서 왕비나 왕세자빈과 같은 신붓감을 선택하는 첫 관문은 간택이었다. 왕실의 혼사에서는 세 차례의 간택이 실시되었다. 간택에 앞서 먼저 금혼령(禁婚令)을 내리고 적령기에 있는 팔도의 모든 처녀를 대상으로 ‘처녀단자(處女單子)’를 올리게 했다. 처녀들의 나이는 시기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개 10대 초·중반이었다. <세종실록>에는 세자빈 간택을 위해 13세 이하 처녀들에게 혼인을 금한 기록이 나오고, <세조실록>에는 “왕세자빈의 간택을 위해 14세 이하 처녀의 혼가를 금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영조가 1759년(영조 35년) 계비를 간택할 때 신부의 금혼 범위를 16세에서 20세로 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왕실 혼사에서의 적령기가 10대 초·중반이라면 일반 사대부가 처녀들의 혼인 연령은 몇 살일까?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 ‘예전’의 혼가(婚嫁) 조항에 의하면, “남자의 나이 15세, 여자의 나이 14세가 되면 바야흐로 혼가하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양가의 부모 중 한 사람이 오래된 병이 있거나 혹은 나이가 50이 차고 자녀의 나이가 12세 이상이 된 자는 관청에 신고하여 혼인시킨다”라고 규정하여 대개 남자 15세, 여자 14세 이상이면 혼인할 수 있었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12세인 경우에도 혼인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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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가문에서 주로 적용된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의혼(議婚)’ 항목에는 “남자는 16세에서 30세, 여자는 14세에서 20세에 한다”라고 규정하여 혼인 연령의 범위를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 <춘향전>에서는 이도령과 춘향의 나이를 이팔청춘(16세)이라 하였는데, 연령상 춘향과 이도령의 혼인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처녀단자를 올릴 필요가 없는 규수는 종실(宗室)의 딸, 이씨의 딸, 과부의 딸, 첩의 딸 등에 한정되었다. 대체로 처녀단자를 올리는 경우는 왕실의 성(姓)인 이씨 이외 사대부 딸, 대왕대비와 같은 성은 6촌부터, 왕대비와 같은 성은 8촌부터, 왕대비의 외가 성은 7촌부터, 왕비와 같은 동성동본은 8촌부터로 제한하여 왕실의 친인척을 최대한 피하였다. 또한 양친이 다 생존해 있는 처자로서 세자보다 1~2세 연상을 선호하였다.

왕실에서는 금혼령을 발표하고 처녀단자를 올리게 했는데, 많은 처녀들이 단자를 올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단자를 올리는 응모자는 25~30명 정도에 불과했다. 간택은 형식상의 절차였을 뿐 실제로는 규수가 내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간택 대상이 된 규수는 의복이나 가마를 갖추어야 하는 등 간택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혹 왕실의 부인으로 간택되더라도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따랐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컸다. 금혼령이 발표되고 처녀단자를 올리라는 조정의 명령을 잘 이행하지 않은 상황은 <영조실록>의 “왕세자빈 간택 단자를 올리는 것이 지체되었으므로 해당 관리를 벌주라”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간택된 처녀들은 같은 조건에서 규수를 고른다는 취지에서 모두 똑같은 복장을 입고 간택에 임했다. 간택된 처녀들에게 오늘날의 면접처럼 간단한 질문을 했으며, 간단한 점심상인 ‘낮것상’을 대접하여 음식예절도 살폈다. 대체로 세 번의 간택을 거쳤는데, 초간택 시의 복장은 노랑저고리에 삼회장을 달고 다홍치마를 입었다. 재간택, 삼간택으로 올라갈수록 옷에 치장하는 장식품이 조금씩 늘었다. 초간택에서 6명, 재간택에서 3명, 삼간택에서 최종 1명을 뽑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다면 간택에서 왕비나 왕세자빈 후보들을 심사하는 역할은 누가 했을까? 왕세자빈의 경우 왕과 왕비가 참여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왕대비나 후궁 출신도 왕실의 어른인 경우에는 간택 때 심사자로 참여했다. 처녀의 가문(家門)과 부덕(婦德), 용모 등이 평가의 주요 기준이었다. 조선왕실의 간택 제도는 조선 초기부터 정착되어 조선왕조 내내 지속되었다. 공모 절차에 의해 최고의 신붓감을 뽑겠다는 왕실의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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