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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여성은 왜 땀냄새에 관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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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자취방에 들어가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내가 맡아도 썩 좋지 않은데, 결혼해 한방을 쓰게 될 아내의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결혼을 목전에 둔 30대 중반의 P씨는 자신에게서 나는 ‘노총각 냄새’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샤워를 게을리하는 것도 아닌데, 베개며 이불 등에 특히 진하게 배어 있는 체취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이른바 ‘홀아비 냄새’ 때문에 남성들이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적잖은 여성들이 남성 특유의 체취에 관대한 까닭이다.

여자들의 코가 둔감한 때문일까? 천만에. 냄새를 잘 맡기로는 남자가 여자를 따라갈 수 없다. 사람들의 체취를 좌우하는 겨드랑이 냄새를 맡는 데 있어 여자들이 월등하다는 실험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실제로 시중에서 흔히 팔리는 향수 중에 여자의 코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다. 냄새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미국 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향수 32종 가운데 단 두 종류만 여성들의 코를 속이고 겨드랑이 냄새를 덮을 수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19종의 향수에 코가 ‘홀려’ 겨드랑이 냄새를 제대로 감지해 내지 못했다.

여성들의 후각이 더 민감한데도 불구하고 겨드랑이 냄새를 남성만큼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학자들은 짝짓기, 육아, 가사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처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얼굴을 중시하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동물은 눈보다는 코에 의존해 상대방의 성적 활력이나 건강 등을 알아차린다.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이때문에 사람들 또한 알게 모르게 냄새로 상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개개인의 체취를 결정하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에서 나는 땀은 팔뚝이나 등, 허벅지 등에서 나는 땀과는 성분이 다르다. 남성호르몬 유사물질 등이 포함돼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여자들이 겨드랑이 냄새를 남자들만큼 혐오하지 않는 것은 배우자 고르기라는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산모들의 수유 역시 아기의 얼굴보다는 아기 특유의 냄새 등에 의해 촉진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땀은 어디에서 나든 사실 그 자체로는 냄새가 거의 없다. 헌데 땀 속에 극소량 들어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세균들에 의해 발효되기 시작하면 냄새가 난다. 말하자면 청국장을 띄우듯,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에서 미생물에 의한 대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땀에 들어 있는 극소량의 화학물질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러니 얼굴처럼 사람들의 냄새 또한 미묘하게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기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땀을 더 많이, 더 자주 흘려야 하는 계절이 됐다. 자신의 몸에서 강한 냄새가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디를?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발 등 평소 감춰져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닦아줘야 한다. 어떻게? 땀을 흘린 뒤 가능한한 빨리, 즉 한 시간 이내에 씻는 게 좋다. 한 시간 이상 경과하면 땀 속의 박테리아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까닭이다. 몸 씻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탈취제(디오더런트·deodorant)나 땀 억제제로 냄새를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다. 탈취제는 보통 박테리아의 증식을 막을 수 있는 알코올 혹은 이와 유사한 물질에 향을 첨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땀 억제제는 알루미늄 화합물을 포함하는데, 땀 분비선에 미세한 젤 덩어리들이 형성되게 함으로써 아예 땀구멍을 막는 식으로 작용한다. 땀 억제제가 냄새를 잡는 데 보다 근본적이기는 하지만, 신체에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탈취제와 달리 땀 억제제에 종종 의약품 딱지가 붙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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