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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인체가 만든 전기, 정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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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누비는 전철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의 전압은 2만5천 볼트 혹은 그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이다. 220볼트인 가정용 전기의 전압보다 월등한 고압으로, 가끔씩 큰 감전사고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한다.

220볼트인 가정용 전기도 사실 보통사람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줄 만큼 높은 전압이다. 전기를 발생시키는 동물로 유명한 전기뱀장어는 최대 700볼트에 육박하는 전기를 만들어내 다른 생물을 공격하기도, 자신을 방어하기도 한다. 700볼트면 웬만한 덩치의 상어까지도 기절시킬 수 있다. 동영상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 등에는 전기뱀장어가 자신을 공격하는 악어를 졸도시키는 등 다른 동물에 전기로 대항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드물지 않게 나돈다. 인간도 전기뱀장어처럼 몸에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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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물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이 몸에서 만들어내는 전류는 그러나 100밀리볼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새끼손가락만 한 건전지도 보통 1볼트가 넘는데, 100밀리볼트(0.1볼트)의 전기라면 만져도 감전 여부를 느낄 수 없다. 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요체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예로 신경의 신호 전달에 전기는 필수적이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뛸 수 있는 것도 전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가 컴퓨터처럼 작동할 수 있는 것도 전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한데 인간이 감전돼도 그 여부를 느낄 수 없는 극히 미세한 전압의 전기만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전기뱀장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고전압의 전기를 ‘품고’ 있을 수 있다. 바로 겨울철에 흔한 정전기다. 인간의 몸에 머무를 수 있는 정전기는 5만~6만 볼트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 몸이 수도권 전철의 송전선 전압보다 훨씬 강력한 전압을 띠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겨울철 자동차 문을 열면서 정전기로 인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살짝 기분이 나쁜 정도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순간적인 근육 경련이 일어날 만큼 감전이 심할 수도 있다.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 인간들에게 겨울철 정전기는 불시에 맞닥뜨려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두 발로만 걷는 탓에 사람들의 손은 여간해서 접지 상태가 되기 힘들다. 매번 발이 아니라 손으로 정전기를 느끼곤 하는 것은 인간이 네 발 동물이 아닌 탓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카펫 같은 화학물질과의 마찰은 정전기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자동차의 카시트, 화학섬유로 된 옷들이 대표적이다. 정전기는 말 그대로 정적인 전기이다.

겨울철에 정전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공기가 건조한 까닭에 전기가 다량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만 볼트에 달하는 정전기를 품고 있는 사람은 전기인간이 돼 의도치 않은 공격행위를 할 수도 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다가 정전기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불이 붙는 게 한 예이다. 유튜브(www.youtube.com/watch?v=b89x8CAS6xU)에는 이런 사고를 담은 화면들이 적지 않다.

정전기는 보통 큰 위험을 불러오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 있으나 예기치 않은 큰 사고의 주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기는 음과 양으로 이뤄진 만큼 그 본질이 양날의 칼처럼 위험한 존재이다. 파워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갈등 혹은 사고를 촉발할 수도 있다.

다소 유치하지만 이성간에 눈이 맞는 상황을 ‘치지직’ 혹은 ‘파바박’ 등 마치 전기가 불꽃을 튀기는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있다. 왜, 또 언제부터 이런 표현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기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면 심장박동 수가 빨라지는데, 이는 심장에 전기가 갑자기 많이 흐르는 생리현상이기도 하다.

마음에 쏙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몸이 감전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전기의 음양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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