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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흰 눈은 쌓일수록 푸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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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펄펄 내리는 눈은 무슨 색일까. ‘흰색’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그러나 눈썰미가 남다른 사람이라면, 눈색깔이 항상 순백색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해가 뜬 겨울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 무더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눈에 이물질이 섞여 있어 파란빛이 나는 걸까? 아니다. 눈은 정말로 푸른빛을 띨 수 있다. 남미나 유럽, 히말라야, 북미 등지에서 빙하를 직접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빙하의 은은한 푸른빛이 그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눈의 색이 항상 희지는 않다. 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눈 색은 흰빛에서 푸른빛 사이의 그 어떤 색깔일 수 있다. 물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눈의 색이 흰색인 건 틀림없다. 희고 푸른 등의 눈의 색깔은 그저 단순한 감상용이 아니다. 눈 색깔은 의외의 실용정보를 담고 있다. 옛 사람들, 특히 겨울철 호수 주변이나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살던 사람들은 눈 색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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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꽁꽁 언 호수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처럼 빼어난 풍광도 드물 것이다. 한데 이 아름다운 풍광의 겨울 호수가 가끔은 참혹한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얼음이 언 호수에 발을 내디뎠다가 얼음장이 깨지면, 최악의 경우 명을 달리할 수도 있다. 얼음은 ‘대체로’ 투명하다. 그래서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그 두께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얼음의 두께를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푸른빛이 깊이 감돌수록 얼음장이 두꺼운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특유의 광물질 등으로 인해 원래부터 푸른빛이 감도는 호수는 예외다.

눈은 물방울이 언 것인데, 물과 마찬가지 원리로 나름의 빛을 발한다. 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눈, 또는 눈 무더기에서도 깊은 부분에서 주로 푸른빛이 나온다. 빙하나 수북이 쌓인 눈 무더기에서 나오는 푸른빛이 특히 신비로운 이유는 눈의 겉부분이 아닌, 이처럼 깊은 데서 푸른 빛이 감돌아 나오는 까닭이다.

눈의 원형은 말할 것도 없이 물(혹은 비)이다. 물이 투명한 것은 모든 색을 반사하는 탓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색으로 이뤄진 빛이 무색(혹은 흰색)인 것과 마찬가지다. 눈이나 물은 그러나 빛이 깊이 투과하면 일부 색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빨간색이 대표적이다. 빨간색의 빛을 눈(혹은 물)이 잘 흡수할수록 눈 색깔은 푸른빛을 띠게 된다. 깊은 바닷물이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이나 눈 무더기 혹은 빙하에 푸른빛이 도는 것이나 다 마찬가지 원리이다.

눈의 물기를 결정하는 것은 공기 성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은 습기를 보다 많이 머금은 습설과 공기는 많은 반면 습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설로 흔히 분류된다. 알기 쉽게 단순화하면, 두께 10센티미터의 건설은 비로 치면 1센티미터 강우량에 불과할 정도로 습기가 적다. 습설은 5센티미터만 내려도 강우량 1센티미터에 버금갈 수 있다. 습설은 물기가 많은 탓에 잘 미끄러진다.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 때 뭉치기도 쉽다.

건설이나 습설이나 눈은 곧 ‘물’이라는 점에서 농사에는 큰 도움이 된다. “큰 눈이 내리면 이듬해에 풍년 든다”는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있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검증된 지 오래다. 겨울에 눈이 충분히 내리면 이듬해 봄의 토양이 작물 생장에 필수적인 수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공기층이 풍부한 건설은 겨울을 나는 작물의 보온에도 큰 도움을 준다.

게다가 눈이 많이 오고 기온 또한 낮은 편이라면, 해충의 유충들은 겨우내 번식이 억제된다. 눈이 많이 오면 차량 운행 등에는 지장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들판이나 산등성이를 두툼하게 덮고 있는 눈은 돈으로만 따져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자원이다. 푸른빛이 감돌 정도로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면 상서로운 조짐이라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일 수는 없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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