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책꽂이] 신분사회 여인의 자아 찾기

1

 

2희대의 방종녀, 어우동.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손자며느리였다가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3년간 열여섯 명의 남자들과 간통해 교형에 처해진 불운의 여인.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열녀’ 또는 ‘음녀’로 평가되는 조선 최고의 ‘문제적 여성’인 박어울우동(어우동)은 이미 파격적인 인물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했다.

‘어우동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음행을 자행하여 풍속을 문란하게 한 부녀” 어우동을 율법에 의해 다스릴지 극형을 내릴지 16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조정 내 뜨거운 논쟁이었다.

성종의 강한 의지에 따라 어우동만 교형에 처해지고 관련된 남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성리학의 나라를 세우려는 성종대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저자는 어우동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에 한 인간으로서 어우동이 살아간 삶의 궤적을 조용히 따라간다.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고자 한 방랑자로 형상화했다. 조선이라는 억압적인 분위기의 사회와 욕망하는 여성 사이의 충돌 과정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저자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와 방탕한 오빠 아래서 자란 어우동이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에 주목한다. 어우동의 설움은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으로 변한다. 스스로 ‘현비(玄非)’라 이름 붙이고 그녀는 “누구의 딸도 아내도 어미도 아닌, 순정한 암컷”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어우동은 방산수 이난, 수산수 이기 등을 만나며 유교적 허위의식 아래 감춰둔 상처와 열등감의 맨얼굴을 확인한다. 부나비처럼 떠돌아야 했던 그의 삶은 남성 중심의 신분질서에서 여성들이 가진 욕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당시 시대상과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성종이 스스로를 유교적 윤리와 도덕으로 옭아매어 이상적인 군주가 되고자 한 점을 지적한다. 청상과부로 철저한 교육을 시켜 온 어머니에 대한 존경으로 훌륭한 왕이 되고자 했던 성종이 도덕과 윤리를 내면화했지만, 한편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본능이 충돌하며 오히려 자신과 타인에게 더욱 엄격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우동은 추포된 후 3개월 만에 죽음으로 최후를 맞고, 마침내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 이름이 삭제됐다.

시류를 거스를 만큼 당돌한 이 별종 여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기 전에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다. 어쩌면 억압과 회피의 연속이던 삶의 굴레에서 끊임없이 방황한 어우동은 허무함을 벗어나고자 무진 애를 쓴 여성의 표상이기도 하다.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여인의 절박한 외침인 것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12.08

 

책꽂이

습관의 재발견

스티븐 기즈 지음 |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1만3천원

매년 초 우리는 지키지도 못할 거창한 계획들을 세운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우리의 계획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계획을 이행하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쓰는 ‘습관 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존 자기계발서의 통념을 거부하며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조건 실천 가능한 전략, 즉 ‘작은 습관’을 제시하는 책이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지음 |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 | 1만4,900원

어릴 때부터 성격이 어두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지, 그는 오늘도 고민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