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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소싯적 객기… ‘민증’ 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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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최근 들어 아기 주민등록증 선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구청에서 신생아들을 위해 발급하는 아기 주민등록증이 주민들에게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 법적인 증명 효력은 없을지라도 소중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고 출산한 부모의 기쁨을 더한다는 점에서 아기 주민등록증은 아기가 성장했을 때 자신의 요람기를 추억할 수 있는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아기 주민등록증의 앞면에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진을 넣을 수 있고 뒷면에는 부모 이름, 태명, 태시, 혈액형, 연락처를 기록할 수 있다.

1962년 5월 10일 주민등록법을 시행함으로써 만 18세 이상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초기에는 주민등록증 발급이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1968년 5월부터 새로운 주민등록법이 시행됨에 따라 12자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졌고 전국에 확대 실시되었다.

내무부(현 안전행정부)의 담화문을 광고로 낸 ‘주민등록증 발급’ 편 (동아일보 1969년 2월 19일)을 보자. “주민등록증 발급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협조로 주민등록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다. 보디 카피는 아직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다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라고 촉구하는 내용으로 빼곡하다.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매일 밤 10시 야간까지, 그리고 공휴일에도 평상시와 같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주민등록증 발급을 조건으로 어떤 명목의 공과금도 받지 못하게 했다.

나아가 “사회 생활상 절대 필요한” 주민등록증의 용도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여기에서 주민등록증을 도입한 핵심적인 목적을 엿볼 수 있으리라. 주민등록증은 “국가적인 면에서 간첩이나 불순분자가 선량한 국민 속에 숨어살지 못하게 하고 국방과 건설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파악”에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개개인의 생활면에 있어서도 자신이 선량한 국민임을 증명하므로써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거나 선거권 등 공권을 행사하는 데”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디 카피의 마지막 문장은 “주민등록증을 빠짐없이 발급받아 항상 휴대하므로써 반공대열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이다.

이쯤에 이르러 우리는 주민등록증을 도입한 진짜 목적이 반공의식의 고취에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간첩이 아닌 선량한 국민임을 증명하기 위한 신분증이었던 셈이다. 정책의 목적, 정책의 내용, 기대 효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하지 않고 이것저것 뒤섞여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정책광고다. 정말로 중요한 주민등록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은 채 내무부 장관의 이름으로 나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제1호 주민등록증은 1968년 11월 21일 발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민등록증이었다. 당시는 지금의 13자리와 달리 12자리 주민번호가 이용됐다. 조선시대의 호패(號牌)는 주민등록증의 원조 격이었고 6·25전쟁 직후의 시민증이나 도민증은 주민등록증의 전신이었다.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주민등록증이 이제 신생아에게 주는 선물 대접을 받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주민등록증이 기왕 대접을 받은 김에 사회적 안전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더 무게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단순한 ‘등록’의 의미를 넘어 미국의 사회안전번호(Social Security Number)처럼 ‘안전’의 기능을 강화한 번호가 되었으면 싶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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