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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고도·기온 따라 춤추는 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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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0 킬로미터 초반이다. 미국 프로야구 사상 투수가 던진 공의 최고속도는 170킬로미터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속도는 140킬로미터를 넘을 때가 많다. 반면 프로축구의 스트라이커들이 차는 공은 보통 시속 80~90킬로미터로 날아간다. 일반적으로 야구공이 축구공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하지만 기록상 최고 구속은 축구공이 야구공보다 더 빠르다. 실제로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축구공 속도가 시속 180킬로미터를 웃돌았던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축구공은 야구공에 비해 속도 변화의 폭이 매우 큰 셈이다. 야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축구만의 묘미는 축구공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되는 예가 많다. 축구공은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속에 바람이 가득 들어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축구장의 고도, 공을 차는 부위에 따라 축구공은 변화무쌍한 속도와 궤적을 보이게 마련인 것이다.

축구공 특유의 움직임은 두말할 것 없이 브라질 월드컵의 숨은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이번 월드컵은 모두 12개 구장에서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들 12개 구장은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도와 온도에 사뭇 차이가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구장마다의 고도 차이나 기온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한데 브라질의 12개 구장은 상황이 다르다. 고도 차이가 1,100미터에서 10미터까지로 아주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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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날씨로 치면 봄·여름·가을 등 3개 계절이 공존한다.

H조의 한국이 사용하는 3개 축구장은 공교롭게도 ‘계절’이 제각각이다. 러시아와 격돌하는 판타나우 경기장 주변의 6월 온도는 12개 구장 가운데 가장 높다. 낮 최고 기온이 평균 섭씨 31도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더운 8월이다. 반면 알제리와 맞붙는 베이라히우 경기장 일대는 6월 낮 최고 기온이 평균 20도에도 못 미친다. 최저 기온은 10도를 좀 넘는 정도다. 10월 서울의 기온과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벨기에와 승부를 벌이는 상파울루 경기장 인근 지역의 6월 기온은 서울로 치면 정확하게 5월이다.

공의 반발력은 온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똑같은 선수가 공을 차도 겨울보다는 여름에 공의 속도가 더 높다. 물론 습도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온도만 따질 때 그렇다는 뜻이다. H조 경기가 벌어지는 3개 구장은 고도 또한 제각각이다. 상파울루 경기장 지역은 평균 해발고도가 760미터, 판타나우는 165미터, 베이라히우 지역의 평균 고도는 10미터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희박해 저항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축구공이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날아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 등의 실험에 따르면 고도가 300미터 높아질 때마다 날아가는 거리는 1~2퍼센트씩 늘어난다. 고도를 감안할 경우 상파울루경기장에서 공의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지대에 위치한 베이라히우에 비해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최대 5퍼센트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예컨대 베이라히우에서 40미터 날아갈 공이 상파울루에서는 42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공의 속도가 빠르면 골키퍼들은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또 때로는 1~2미터 차이가 패스의 성패를 결정할 수도 있다. 선수와 감독으로서는 경기장 특유의 미묘한 차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이다. 환경이 제각각인 여러 구장에서 경기를 해야 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건 골키퍼들이다. 그나마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키퍼들에게 다행인 것은 공인구의 궤적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공인구는 ‘브라주카(Brazuca)’다. 브라주카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로 악명을 떨쳤던 ‘자블라니(Jabulani)’에 비해 날아가는 궤적을 한결 예측하기 쉬운 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브라주카에서는 회전력에 따른 공의 방향성이 향상된 반면 날아가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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