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장을 앞두고서 배추나 고추 값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량이 넘치면 넘치는 대로 가격이 폭락해서 문제였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값이 너무 올라 또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중간유통 없이 산지(産地)에서 직송하는 고추 직거래장터가 열리기도 했다. 주부들은 언제나 싸고 좋은 김장용 고추를 사고 싶어했지만 수급 조절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일찍부터 정부에서는 고추의 수급을 조절하는 정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해 왔다.
농수산물가격안정사업단(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광고 ‘김장용 고추’ 편(동아일보 1978년 10월 25일)을 보자. “김장용 고추 판매안내”라는 헤드라인 아래 고추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수입 고추를 도입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구당 7.5근들이 1포(4.5그램)를 공급하는데 신규 전입가구나 동 간에 거주지를 이동한 가구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제공한다고 했다. 고추를 구입할 때는 통반장을 통해 배부한 “구입권(동장의 확인 날인분)에 기재된 날짜와 장소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새벽부터 기다리는 불편이 없으시도록” 특별히 배려했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수입 고추는 맛과 빛깔과 크기에서 우리 재래종과 비슷한 홍콩산을 비롯해 맛과 빛깔은 같으면서도 크기가 재래종보다 가느다란 인도산과 태국산이 있고, 검붉으면서 재래종보다 배나 큰 멕시코산이 있는가 하면, 대추알처럼 둥근 모양이면서 맵기는 재래종보다 더 매운 파키스탄산도 있다고 했다. 광고 지면의 오른쪽 부분에 나라별로 고추의 모양새를 그려 누구라도 쉽게 고추의 생김새를 알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했다. 그 무렵의 소비자들은 나라별로 고추의 모양새나 특징을 확연히 구분하고 자신의 기호에 따라 고추를 선택했으리라.
고추는 기원전 6500년경의 멕시코 유적에서 출토될 만큼 역사가 오래된 작물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1614)에서 “고추에는 독이 있다. 일본에서 비로소 건너온 것이기에 왜겨자(倭芥子)라 한다”는 문장에 고추가 처음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수산물의 수급 문제를 조정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농수산물을 정부에서 수매해 비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적절히 방출하는 것이었다.
농어촌개발공사는 1978년에 정부의 농수산물 수매비축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농수산물가격안정사업단을 부설했다. 올 9월 나주시에 새 둥지를 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앞으로 직거래 유통경로의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온라인 오픈마켓 개념의 ‘직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든 직거래에 참여하게 하면 좋겠다.
“길이가 짧고 껍질이 두꺼운 재래종이 최고지. 때깔이 진하고 윤기도 있어야지. 곰팡이가 없는지 꼭지도 잘라봐야 해.”
누나들에게 김장 고추 고르는 법을 설명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서울시, 고추·마늘 장보기 관광에 제재(制裁). 3개사 경고”(매일경제 1979년 9월 8일)에서 알 수 있듯이 1970년대에는 고추 장보기 관광도 있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김장철을 앞두고 고춧가루에 이물질을 섞어 판매하던 유통업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었다는 뉴스도 많았다.
이번 김장철에는 그런 걱정 없이 각 가정에서 싱싱하고 건장한 고추군이 속살이 튼실한 배추 양을 만나 맛있는 김장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란다.
글· 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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