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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열차표 예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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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맘때면 늘 그랬듯 열차표를 앞다퉈 예매하느라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토막 뉴스로 들려온다. 민족 최대 명절이건만 표를 예매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인터넷예매도 되지만 열차표는 1분도 안 돼 매진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레일 기차표 승차권예매 확실한 성공법’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도 서울역에 예매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땐 그랬다. 30여 년 전 신문을 보면 귀성열차표 예매를 위해 서울역 광장에서 텐트나 돗자리를 펴고 새우잠을 자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명절 때마다 계속되는 진풍경이었다.

그렇지만 1960년 이전 신문에는 이런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1960년대 들어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고, 일터를 찾아 도시에 정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명절에만 고향을 찾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구로공단에서 귀향버스 수백 대를 전세 내 공장 근로자를 고향으로 ‘보내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빨리 갈 수 있는 열차를 선호했다. 오죽했으면 ‘귀성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겠는가. 

철도청 광고 ‘추석 귀성객’ 편(동아일보 1978년 9월 5일)에서는 ‘추석 귀성객에게 알려드립니다’라는 평범한 헤드라인을 쓰고 있다. 지면 중앙에 열차가 달리는 장면을 제시하고 다음과 같은 문구를 쓰고 있다.

‘철도청에서는 추석 귀성객 운송기간을 정하고 귀성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 다음과 같이 임시열차 운행과 승차권 예매를 실시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 사진 왼쪽에 87개 열차를 증설하고 77개 역에서 예매를 한다는 정보를 공지, 오른쪽에는 ‘매일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까지’ 예매할 수 있다는 추석기간 열차운행 방안과 예매정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단순 정보이면서도 ‘협조 사항’이라고 표기한 점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나름대로 고객의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지면의 오른쪽 부분을 보면 귀찮을 정도로 친절하게 7가지 협조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하행 특급 열차는 영등포역을 통과한다거나, 하행선 열차는 영등포~수원의 각 역을 통과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비해 요즘 광고에서는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기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알려주는 것과 찾아보라고 하는 것 사이에는 똑같은 매표소를 소비자의 관점인 ‘표 사는 곳’과 판매자의 관점인 ‘표 파는 곳’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 그 이름이 바뀌었어도, 고객의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하려는 철도청 시절의 진정성만큼은 그대로인 것 같다.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달려가는 열차에 예전보다 더 즐겁게 올랐으면 좋겠다.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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