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돼지저금통의 추억

1

 

2그많던 돼지저금통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빨간 돼지저금통과 예금통장이 자랑거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는 국민의 저축의식을 높이기 위해 1964년 9월 25일을 ‘저축의 날’로 지정했다. 저축의 날은 1973년에 11월 20일로 변경됐다가 다시 10월 2일로, 그 뒤로 1984년에는 1월 22일에서 10월의 마지막 화요일로 네 차례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대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강조되던 저축은 1980년대 이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 금융시장의 확장으로 ‘투자의 시대’가 열리자 사람들의 관심은 저축에서 증권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저축보다 내수 확장을 위해 소비를 강조한 결과 저축의 가치가 점차 떨어졌고, 국민들도 저축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재무부와 대한금융단의 공동광고 ‘저축 배가’ 편(매일경제신문 1967년 8월 1일)을 보자. ‘저축배가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며 1967년도의 저축 목표액을 408억원에서 800억원으로 2배 정도 높게 책정했다. “달성하자 배가(倍加)저축 이룩하자 자립경제”라는 이 시대의 표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저축은 자립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원천이었다. 1971년 7월에는 재무부, 대한금융단, 생명보험협회, 한국증권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저축전시회가 국립공보관에서 열리기도 했다.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의 광고 ‘헌돈교환’ 편(경향신문 1973년 10월 22일)을 보자. 10월 저축추진 강화의 달을 맞아 ‘헌돈교환 이동 창구순회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옆면에 헌 돈을 바꿔준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순회 이동차량이 광고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버스 뒷문 곁에 다소곳이 서 있는 행원의 자세가 인상적인데, 서비스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레이아웃이다. 일상에서 쓰는 잔돈을 바꿔주고,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꿔주고, 저축생활에 도움이 되는 상담을 해 준다는 세 가지가 핵심 내용이다. “근면, 검소, 저축을 생활의 신조로 합시다”라는 마무리 카피는 당시 사정에 비춰 퍽 호소력 있게 다가갔을 권유형 카피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70년대 교실 풍경을 생각하면 저축과 관련된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떠오를 것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학급 총무부장은 저축 희망자의 돈을 받아 기록하고 학교 서무과에 전달했다. 가져온 돈을 누군가 잃어버리면 모두들 책상 위에 올라가 꿇어앉아 눈을 감고 선생님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기도 했다. 누가 손을 드는지 실눈 뜨고 슬쩍 지켜보는 일은 스릴러 영화도 못 따라올 재미가 아니었던가. 졸업 후 돌려받은 예금은 상급학교의 첫 등록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찍부터 효자 소리를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공익광고의 공식적인 역사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1981년 12월 5일 “저축으로 풍요로운 내일을”이라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KBS 2TV에서 방송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당시에 저축은 선(善)이고 소비는 악(惡)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면, 세월이 흘러 강산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우리들은 ‘건전한 소비’를 강조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다 좋은 말이지만 지나친 소비풍조가 일상화된 듯해 안타깝다. 돈이 없으면서 빚을 내서라도 남들 하는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은 것 같다.

10월 28일,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할 ‘제51회 저축의 날’을 맞아 ‘근면, 검소, 저축’을 다시 생각해 보자. 생활이 검소해지면 정신까지도 검소해질 테니까.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10.27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