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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절전, 이젠 익숙해진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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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전력수급 문제 때문에 비상에 돌입할 때가 많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한 갖가지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올여름의 예비전력도 400만~450만 킬로와트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결국 전력을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전력공사는 자체 프로그램인 아이스마트(i-smart)로 전력 사용량과 수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전력수급에 안정을 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대 전력 수요량에 대한 예비전력의 비율을 의미하는 ‘전력공급예비율’이 늘 문제다. 전력수급 경보 2단계인 관심(~4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만 되어도 온 국민이 걱정할 수밖에. 놀랍게도 전력수급 문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걱정거리다.

한국전력(현 한국전력공사)의 광고 ‘윤번제 송전’ 편(매일경제신문 1967년 9월 1일)을 보자. “윤번제 송전 제한에 대한 안내의 말씀”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전기를 아끼자는 내용을 빼곡하게 설명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윤번제로 송전 제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국방, 치안, 통신(언론기관 포함), 교통, 상수도, 종합병원, 농사용, 제빙, 광산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분야에 윤번제 송전을 실시한다는 것. 국민들에게 부탁드리는 말씀은 다음과 같다. “1. 자가발전기를 보유하는 수용가는 최대한으로 가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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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열기를 비롯한 선풍기(에이어콘디숀어 포함), 냉장고 등의 사용을 당분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3. 정원등 광고등 외등 등 불요불급한 전기 사용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의 ‘부탁 말씀’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아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전기를 쓰면서부터 우리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 조선시대에 비유하자면 현재 우리는 집집마다 하인을 10명 이상 부리며 살고 있는 셈이다. 양반댁 하인들은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구들장 덥히려고 군불 때고, 호롱불을 켜고,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 일을 이제는 가전제품이 다 해 준다. 전기밥솥은 밥 짓는 부엌데기고, 전기보일러는 군불 때는 돌쇠이고, 냉장고는 얼음 배달하는 행랑아범이다.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누렸던 호사를 그대로 누리며 살고 있다.

전기를 마음껏 쓰고도 전기료가 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퍼센트를 수입해 쓰고 있다. 2020년까지 화력발전소 12기가 추가로 증설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네가와트(Negawatts)’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환경학자 에머리 로빈스(Amory Lovins)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절약하면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했다. 따라서 네가와트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에 이어 제5의 연료인 셈. 그가 이 단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버려지는 에너지에 관심이 많던 그는 미국 콜로라도주 공공시설의 전력사용량 보고서에서 메가와트(Megawatts·100만 와트)가 오타로 인해 네가와트로 잘못 표기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는 네가와트가 메가와트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아껴준다고 생각했고 이 단어를 학회에 제안했다고 한다.

오타로 인해 시작된 네가와트는 이제 세계적으로 절전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기관에서도 네가와트 개념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반 산업현장이나 가정에서도 네가와트의 가치를 인식하고 절전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 시대의 하인들이 공장이나 집에서 떠나버릴 테니까.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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