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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화제의 책] 반 고흐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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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동료 화가 고갱과의 언쟁 도중 자신의 귓불을 자른 광기의 사나이. 생전 자신이 남긴 2천여 작품 중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화가. 정신병의 발작과 입원을 반복하다 끝내 권총 자살로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렇게 알고 봐서인지 빨려들어갈 듯 강렬한 색채의 반 고흐 그림을 보다 보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든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평론가들은 그의 우울했던 삶이 그림에 오롯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반 고흐가 불운했던 천재가 아닌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한다.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에 들어서 죽기 직전까지 열정적이었던 반 고흐의 삶은 전혀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 고흐의 청춘에 자신을 완전히 이입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간다. “빈센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시간들은 많이 힘들었으나 크게 유익했다. 내가 빈센트를 선택했으나 그가 나를 성장시켜준 셈이다. 빈센트는 젊어서 죽었다. 그 나이를 지나서도 살아 있음이 자주 부끄러웠다. 내 청춘의 고민과 헤맴을 갈무리하며, 나는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반 고흐의 평전이나 작품에 대한 해설이라기보다 멘토링에 가까운 서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저자는 고흐의 인생 궤적을 조용히 따라가며 교훈을 얻는다. 연애, 결혼, 아버지와의 관계, 우정, 경제적·정신적 자립, 콤플렉스 등 고흐를 괴롭혔던 문제들과 이것을 극복해 가는 고흐의 고민은 21세기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흐의 어수룩한 면에서조차 배울 것이 있다. 그의 연애를 보면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책에서 연애를 배운’ 고흐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저돌적으로 행동했다가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사랑 방식에도 좋은 점이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구애했고,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때까지 노력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이다. 저자가 반 고흐에게서 느낀 감탄은 바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에 있었다.

고흐가 화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흐가 겪은 외롭고 길었던 고통의 시간마저 고집스럽게 옹호한다. 심지어 고흐의 죽음을 하나의 ‘완성’으로 바라본다. “빈센트의 그림은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본질을 만들어냈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마침내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는 그림을 완성했다. 그러니 그의 죽음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화가의 비극적 결말이 아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으니 걸음을 멈춘 것이다. 그래서 내게 빈센트는 짧지만 충만한 삶을 살았던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이라는 것은 꼭 ‘힘들지 않다’와 같은 말은 아니라고.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우문은 ‘우리는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가’라는 반문으로 돌아온다.

글·박지현 기자 2014.05.19

단신

<감추어진 식탁>

김미려 지음 | 인포그룹느루 | 1만5천원

역사적 기록 속에 상세하게 기술된 적이 없는 우리나라 옛 위인들의 ‘식탁’에 대한 이야기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라 원효대사부터 조선 개국공신 권근, 황진이, 이순신 장군, 추사 김정희, 조선 말 명성황후에 이르는 위인들과 춘향이나 홍길동과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의 한 끼에 얽힌 25가지 이야기를 다뤘다. 18세기 한국고전문학과 시각디자인, 궁중요리의 색채를 연구한 저자의 해박한 고전 인문지식에 상상력이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하다.

<말공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1만5천원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역사 속 살아 숨쉬는 명언으로 가득하다. <논어> <맹자> <장자> 등의 철학서,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 등의 역사서, <설원> <세설신어> 등의 설화집을 비롯한 고전에서 현자들과 영웅들의 촌철살인적 명언을 정리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는 어록들로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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