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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앗, 내 땅이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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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땅이 500평이 좀 못 되는데, 실제로는 약간 더 큰 것 같아요.”

수년 전 충남의 한 시골로 귀농한 L씨는 자신의 밭 면적이 공부상 기록보다 좀 더 넓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의 밭은 산과 이어진 야트막한 경사지에 자리하고 있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등기부상의 면적은 1,500평방미터가 조금 넘는다. 구입에 앞서 측량도 했으니 면적이 틀릴 리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등기부상 기록보다 평수가 더 돼 보인다는 L씨의 ‘느낌’은 틀린 것일까?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공부상 기록되는 경사지의 토지 면적은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이 아니라 수평 면적을 기준으로 삼는 탓이다. 예를 들어 평균 경사가 20도쯤 되는 땅이라면 토지대장에 기록된 면적보다 실제 땅 넓이(표면적)가 6퍼센트 이상 클 확률이 높다.

L씨의 경우처럼 지적에 1,500평방미터로 기록된 땅이라면, 겉면적은 이보다 100평방미터 가까이 넓은 1,600평방미터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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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도시 외곽으로 나가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른바 전원주택의 대부분은 평평한 벌판보다는 산자락 등 경사지에 지어지는 예가 흔하다.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경사지 땅을 사들인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L씨와 반대로 “땅이 작은 것 같다”며 찜찜해 하기도 한다. 자신이 매입 계약할 때의 크기보다 실제 면적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경사지에 집을 지을 때 절토, 즉 산의 일부를 깎아내거나 한다면 면적이 작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절토된 땅의 상단이 경계선이 되는 까닭이다.

최근 지구위치측정시스템(GPS) 등의 도입으로 토지 면적 측정의 오차는 없다 해도 좋을 만큼 적어졌다. 그러나 경사지 땅에 대한 개개인의 ‘체감 면적’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 측량을 바탕으로 작성된 지적도, 특히 임야나 산과 연접한 땅의 지적도 경계선 등은 상당한 오차가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전국 곳곳에 드물지 않은 ‘허공에 뜬 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공에 뜬 땅이란 지적도상에서는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토지들이다. 왜 허공에 뜬 땅이 생기는 것일까. 가장 흔하고도 직접적인 이유는 낱낱의 지적도가 부정확한 탓이다.

우리나라 지적도를 대형 퍼즐이라고 가정하면 낱개의 지적도, 즉 퍼즐 조각은 무려 3,200만개에 이르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전체 필지 숫자가 바로 3,200만개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한데 이들 퍼즐 조각 가운데 모양, 즉 지적도의 도면이 정확하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 퍼즐 조각들의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중첩되거나 빈 공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빈 공간이 바로 다름 아닌 지적도상의 ‘허공에 뜬 땅’이다. 물론 땅이 허공에 뜨는 일은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땅들은 아예 부르는 이름 자체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땅에 밭이니 논이니 대지니 하는 지목을 붙일 수 없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허공에 뜬 땅들의 대부분이 산이나 산과 이어진 경사지 등에 많은 건 일제강점기 측량과 도면 작성이 부정확했기 때문이다.

GPS를 이용하는 요즘과 달리 1900년대 초반에는 임야 등 경사지 측량이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임야도는 1,200분의 1로 제작되는 일반 지적도와 달리 보통 6천분의 1 축척으로 표시된다. 상대적으로 측량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게다가 축척이 큰 임야도와 일반 지적도를 결합하다 보니 땅이 중간에 비거나 중첩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땅은 본래 입체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상거래 등의 기준이 되는 토지의 면적은 평면이다. 그러니 경사가 있는 땅에는 특히 개개인마다의 ‘체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적도 등이 낙후한 과거의 측량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는 땅이라면 더욱 그렇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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