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아~, 이 녀석 덩치 봐. 나중에 아빠보다 키가 훨씬 크겠는걸.”
지난해 12월 늦둥이를 본 김 씨는 9개월가량 된 아들이 쑥쑥 크는 게 신기하다. 김 씨의 늦둥이는 태어날 때 키가 50.5센티미터로 딱 신생아 평균치였다. 하지만 9월 중순 현재의 키는 77.5센티미터다.
이는 같은 월령 젖먹이들의 평균치보다 5센티미터 안팎 큰 수치로 돌이 다 된 아이들과 대략 맞먹는 수준이다. 40대 중반인 김 씨의 키는 176센티미터로 동년배들보다 다소 큰 축에 속한다. 역시 40대인 부인 안 씨는 160센티미터로 동년배 평균 키 정도이다. 그렇다면 김 씨의 늦둥이 아들이 자라 성년이 되면 아빠보다 정말 키가 클 것인가? 정답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키에 관심을 갖는 부모는 한둘이 아니다. 외모 가운데 얼굴보다도 오히려 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이다. 어린아이가 성인이 돼 키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키 가늠도 해 볼 만한 ‘때’가 있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생후 18개월까지의 키로 성년이 됐을 때의 신장을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소한 18개월, 좀 더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24개월, 즉 만 2세는 지나야 성년이 됐을 때의 키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장이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키의 변화를 그래프로 그리면, 즉 2세 이후 성장 곡선의 모양은 개개인별로 보통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2세 이후 또래에 비해 키가 큰 아이라면 성년이 돼서도 동년배들보다 키가 클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평균을 훨씬 넘는 키나 혹은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키는, 드물지만 내분비 질환 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병 여부를 떠나 성인이 됐을 때의 신장 예측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데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의 신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신장치가 유전은 물론 환경의 영향 또한 적지 않게 받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변수가 너무 많다는 뜻이다. 물론 단순하게 얘기하면 부모가 큰 키라면 자녀 또한 키가 클 확률이 높다. 유전이 신장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유전 못지않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그렇다. 한국인만 예로 들더라도, 해방 이후 남녀 공히 신장이 평균 10센티미터 이상 커졌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폭적인 신장 향상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신장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최소 200개는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들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거의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섭생이나 운동 등 후천적 요인, 즉 환경이 이들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알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통사람들이 손쉽게, 게다가 높은 신뢰도로 신장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청소년기에 성장판 상태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성장 여력과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신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 볼 수는 있으나, 이는 병원을 찾는 등 전문가들의 손을 빌려야 가능하다.
그러나 신장 예측과는 별도로 인간의 신장 변화는 제법 확실한 패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한 예로 앉은 키와 신장의 비율은 태어나면 0.6 중반(보통 0.65 안팎)이지만, 2세가 지나면서 0.5 후반대로 낮아지고 사춘기 때는 0.5 초반까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후 만 18세 정도에 이르면 이 수치는 다시 미미하지만 0.5 초·중반으로 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앉은키와 신장의 비율은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바꿔 말해 전체 신장 가운데 하체의 비율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키가 큰 사람일수록 일반적으로 하체의 비율 또한 크다. 요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다리가 긴 느낌을 주는 게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얘기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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