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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에서 여행 마니아가 된 이유

한국에 첫발을 내딛기 전 내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태권도밖에 없었다.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태권도가 시작된 곳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2007년만 해도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 최고로 남아 있는 여행은 한국에 온 첫해 가을에 떠났던 여행이다. 그 당시 한국은 굳이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을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지나는 길가에 피어 있는 가을꽃, 울긋불긋한 단풍,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까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곳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때 갔던 여행지 중 기억에 남는 곳은 따로 있다. 짙은 파란색 바다와 울긋불긋한 단풍을 함께 볼 수 있던 곳, 속초다. 속초에서 보는 모든 것이 신선했다. 프랑스에서 보지 못했던 누렇게 물든 황금 들판,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능숙한 솜씨로 회 뜨는 수산시장 생선가게 아저씨, 다른 어떤 것보다 인상 깊었던 속초 밤바다를 밝히는 갯배에 달린 전등불빛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때 속초에서 만났던 가을은 고향인 프랑스에서 봤던 가을 풍경보다 더 친숙한 모습으로 나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다. 그 여행을 계기로 한국에 오래 있고 싶다고 마음먹었으니 속초는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뜻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속초 여행을 계기로 지난 10여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다시피 다녔다. 프랑스에서 살 때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 외에는 여행을 하지 않았던 내가 한국에 살면서 여행 마니아로 바뀐 것이다. 프랑스에 있을 때보다 한국 여행을 더 많이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교통이 편리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있다. 버스로 한두 시간만 가도 등산하기 좋은 산이 있고, 기차로 두 시간만 가면 동해든 서해든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어느 계절에 가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풍경을 눈에 담아올 수 있다는 것 역시 한국 여행의 큰 장점이다. 프랑스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에 산, 바다, 강 할 것 없이 모두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한국 여행의 큰 매력이다.

요즘 외국인의 한국 여행기를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외국인 친구가 많다. 친구들의 성향에 따라 이곳저곳을 추천해주는데 늘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이 있다. “언제 어디든 떠나기만 하면 새로운 풍경을 만날 것”이라고. 진부한 말이지만 내가 한국 여행에서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도록 여행을 자주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여름에 비해 제법 높아진 하늘, 색깔을 입은 길가의 가로수 이파리에서 가을을 느낀다. 한국에서 11번째 맞는 이번 가을에는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디뎠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속초에 가보려 한다. 10년 만에 다시 찾는 속초에서 또 어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올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가는 곳, 그 어디도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에 여행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파비앙 |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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