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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핵과 전쟁 위협 없는 한반도 구현 평화를 바탕으로 신경제지도 완성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독일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역사의 현장 베를린 알테스 슈타트하우스(Altes Stadhaus)에서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베를린은 17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독일 통일은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다.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협력의 과정이 있었다. 동서독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했다. 양측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상호존중·평화협력의 동방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됐다. 서독 주민은 동독 주민에 대한 지원을 퍼주기로 인식하지 않았다. 통독 후 동독 출신 지식인들은 한국의 대북 지원에 생색을 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북한 주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상처받은 북한 주민에게서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기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밝혔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 추구이다. 평화는 전쟁의 대척점에 놓인 말이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은 평화로운 한반도의 길을 알리고 있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겠다는 민족적 약속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두 선언의 계승·발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지난해 제7차 당대회에서 두 선언이 선대의 유훈임을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두 선언의 정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선언을 탄생시킨다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속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리 먼 훗날이 아닐 것이다.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 추진이다. 북핵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의 장애물이다. 남측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고 북측은 비핵화를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은 고도화돼 있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다. 핵 고도화가 주민과 함께하는 김정은 체제를 보장하지 않는다. 김일성은 핵이 없어도 주민의 지도자가 됐다. 소련은 핵이 있어도 해체됐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남북 간의 대화의 틀이 있어야 비핵화 자동차의 시동을 걸 수 있다. 북핵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복잡한 문제는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의 동결·폐기의 단계론을 제시했다. 현재 핵의 동결, 미래 핵의 해체, 과거 핵의 폐기 등 3단계론을 염두에 둔 듯하다.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성을 지닌다.

셋째,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다. 평화의 제도화·종전·평화협정 등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남북 합의의 법제화가 합의 이행의 투명성과 연속성을 보장한다. 종전 문제는 10·4 정상선언 제4항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종전은 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으로 보장된다. 평화협정은 남북기본협정·잠정평화협정·한반도평화협정 등 3단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비핵화·평화체제·군비통제는 상호 연관된 세 개의 축이다. 비핵화는 6자회담·평화체제는 4자포럼·군비통제는 남북군사회담에서 병행 진행하는 것이 적실하다. 세 개의 축 합의·이행·검증과 다음 단계의 합의를 위해서는 단계적·병렬적 진행이 현실성을 지닌다. 참가국들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 보장을 위한 조약 성격의 협정이 요구된다.

넷째,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행이다. 신경제지도는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담겨 있다. 남북 간 하나의 시장을 지향한다.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동해권에는 에너지·자원벨트 구축이 예상된다. 북·중·러 접경지역 공동개발, 원산·단천 지역 자원 공동개발을 이끌 수 있다. 서해권에는 산업·물류·교통벨트를 예상할 수 있다. 개성공단, 개성-평양-신의주 간 고속도로와 남포항 현대화 사업 지원으로 산업·물류·해운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를 통해 골재 채취 및 공동어로 개발도 가능하다. 동해·DMZ 지역의 환경·관광벨트를 조성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생태·환경·관광 사업은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이바지할 것이다. 신경제지도 실행은 북핵 진전에 따라 속도와 폭이 조절될 수 있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 추진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협력, 민간급 교류를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대 정책 방향을 견지하면서 남북 간 네 가지의 단기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인도적 문제 해결이다. 가장 시급한 인도적 현안은 이산가족 문제다. 2017년 6월 현재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13만여 명 가운데 6만여 명이 생존하고 있다. 평균연령은 81세로 매년 3000여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 10주년이면서 민족 명절인 추석을 기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기대하면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했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자와 순수한 이산가족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봉 준비기간은 2개월 정도 소요된다. 남북 당국의 발 빠른 움직임이 있어야 의미 있는 날에 의미 있는 상봉을 할 수 있다.

둘째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다. 스포츠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힘이 있다. 한반도에서 올림픽 개최는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긍정적으로 이바지한다. 세계는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얻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북한의 참가에 적극적 협조를 약속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5명 내외, 와일드카드 5명 내외 등 북한 선수단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 남북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간 실무회담이 시급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셋째로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이다. 정전체제의 한반도는 군사분계선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대치하고 있는 남북 군인들은 피로감 누적에 의해 우발적인 충돌과 안정성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문 대통령은 휴전협정 64주년을 맞는 오는 7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강조했다. 남과 북은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분사분계선 지역의 선전활동 중지에 대한 6·4 합의서가 있다. 북측은 지난해 제7차 당대회 후 상호 중상비방 중지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동해·서해 군사통신 채널 복원 후 남북 군사 실무 접촉이 요구된다.

넷째로 남북대화 추진이다.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틀 복원이 시급하다. 대화의 틀이 있어야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할 수 있다. 튼튼한 안보로 평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으로 읽힌다. 8000만 한민족이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평화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행을 통해 남북한 경제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비전도 담고 있다. 추진 원칙은 북핵 불용, 도발 불용,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요약된다. 추진 전략은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전략, 한반도 문제 주도 전략, 점진적·단계적 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국민과 함께,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그 성과는 배가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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