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문재인정부 출범 51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은 예상 외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흥남 철수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경험 등을 얘기하며 한미동맹이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참석한 일부 참전용사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미국 내부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첫 번째 행사였다.
대북정책 합의 등 정상회담 세 가지 성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첫 번째 성과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한미 간 합의다. 먼저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실현하고 이후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정책의 비전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면서,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
정상회담의 두 번째 성과는 한미 간 주요 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한 점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및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의 정례화에 합의했다. 2+2 회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달리 정례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지난번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구축에는 합의했으나 이를 지속적으로 개최할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당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를 위한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가 한미 간에 논의됐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정례화를 통해 이 의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세 번째 성과는 대북정책 관련 합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시에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데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하에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제재와 대화병행’이라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간 공동화를 이룬 것이다. 최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미국 내 대북정책의 강경 분위기와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에 대한 열망이 모두 담긴 합의라고 여겨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경제적 부분에서 다소 양보가 있었다. 앞으로 방위비분담금 협상 시 한국의 분담금 상향 조정 요구와 한미 FTA 등의 재협상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많은 부분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또 한미 FTA 역시 현재 한미 간 호혜적인 무역 상황이며, 상품에서는 미국이 적자를 보지만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적자다. 따라서 우리는 관세 외 장벽 등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한미 간 합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향후 한미 양국은 몇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로드맵 작성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 관련 단계적 핵 폐기론을 주장한다. 즉 동결에서 시작해 핵 폐기에 이르는 단계적 핵 폐기론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동결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폐기가 대화의 출구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구체적인 대화의 선제조건이 합의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에 보상할 것인지가 추후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으로서는 단순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대화의 선제조건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동결 대상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대화를 수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다음 단계에는 불능화에 이어 핵 폐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간 대북정책의 차이는 한미 간의 차이보다 더욱더 크다. 중국은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으며, 대화 재개와 함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및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불법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이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맞교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역시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보상해서는 안 되며,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하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게임 체인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경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아니면 북한 리더십 체인지 등 매우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한국의 주도적 입장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상태에서 리더십 교체와 같은 강경정책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동안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미중 격돌, 한반도에서 발생 막아야
두 번째 숙제는 사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국내적 절차’를 통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드 배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한 사드 배치는 주권 사안이고 중국의 부당한 간섭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따라서 당분간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추후 한중 간의 또 다른 협의사안이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관련된 숙제이기도 한데,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이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지만 한반도가 미중 간 격돌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에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을 허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사드 문제와 무역 문제에서 한국은 미중 간의 격돌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외교적 숙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 숙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우리가 주도하는 연합방위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할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신속히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하드웨어 부문의 능력을 구축 중이다. 이 외에도 소프트웨어 및 전문적 능력을 갖춘 인적 측면도 고려돼야 하는데, 특히 기획, 교육훈련, 정보획득, 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 등에 초점을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미연합체계 이후의 군사지휘체계인 ‘미래사령부’가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미군과 꾸준히 협의해야 한다.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사령부를 미군 측에서 진지하게 수용할 수 있는지, 새로운 군사지휘체계에 대한 미국 측의 인식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위협 평가와 이에 대비하는 우리 군의 능력 평가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안보 공백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또 다른 남남 갈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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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