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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시아 대륙을 벗어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그 나라엔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고인돌이 있다. 약 300톤 규모라고 하는데 규모에 걸맞게 전해지는 말도 재밌다.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꼭 묻는단다. “너, 살아 있을 때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그 고인돌을 봤느냐?” 그러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정답은, 봤어도 “못 봤습니다”이다. “그렇다면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가서 보고 오너라”라고 한다니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또 작은 어촌을 끼고 있는 어떤 나라의 이야기는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자동차가 바다로 가고 배가 육지로 다니는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이 조업을 나갈 때면 작은 어선을 경운기에 매달고 마을 앞바다까지 들어가서 띄운 다음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다. 조업이 끝나면 바다에 세워놓았던 경운기에 다시 배를 매달고 육지로 올라와 집 근처에 정박해놓으니 배가 땅 위로 다니는 셈이다. 이 정도면 김광석의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라고 부르는 노래 속 풍경 그대로다.

어떤 섬나라에서는 매년 음력 1월 3일에 멋진 페스티벌이 열린다. 풍어제 형식을 띠는 이 페스티벌에서는 마을 뒷산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산정 바비큐 파티를 열고 춤과 노래, 제의로 하루를 보낸다. 특히 작은 배를 만들어 어선 뒤에 매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띄워 보내는 의식은 페스티벌의 백미다. 페스티벌 내내 전통춤과 전통민요, 마을 주민의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전통문화 이벤트가 계속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바비큐 파티는 말할 것도 없고 점심까지 마을에서 주는데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섬나라의 자연이 오롯이 담긴 로컬푸드 밥상이다.

앞에서 열거한 여행 이야기 속 세 나라는 모두 대한민국이다. 첫 번째는 전라북도 고창군의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운곡습지 안 ‘동양 최대 고인돌’ 이야기다. 고창의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충청남도 서천군 월호리 마을 주민의 조업 풍경이다. 외부에는 ‘월하성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전라북도 부안군 격포 앞바다 위도에서 열리는 ‘위도 띠뱃놀이’ 모습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다채롭고 멋진 풍어제다.

해외여행 마니아들은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이나 풍물에 대해 엄지손을 치켜들며 찬양하지만 실상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흔히 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봐왔던 외국의 그곳을 막상 직접 가서 보면 실망하는 경우, 여행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으리라. 그때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 “우리나라 어디어디만도 못하네!”다. 해외여행에서 감동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감동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여행자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여행이라는 건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스토리는 쉽게 보이는 부분이 아니다. 역사나 문화 속에 담긴 스토리를 모르고 돌아다닌다면 수박 겉만 핥는 꼴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풍물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스토리를 찾아 만나는 것, 이것이 여행 작가 20년 경험을 통해 터득한 나름대로의 여행법이자 여행 기술이다.

번잡하고 요란한, 유명세 타는 여행 명소가 내키지 않는다면 조용한 우리 농어촌의 홈스테이(농어가 민박)를 추천하고 싶다. 홈스테이의 매력은 호스트와의 소통이다. 저렴한 모텔이나 분위기 있는 펜션, 편의시설이 완벽한 호텔이나 리조트와 달리 홈스테이는 주인장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이다. 넓은 마당에 모닥불 조그맣게 피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가끔씩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순간 느끼는 작은 여유로움이 평화고 행복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절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해독되는 순간이다. 


김수남 | 고창농촌관광 팜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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