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 신보호무역주의 추세, 북핵 위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소비 위축, 투자 위축, 실업률 상승 등에 따라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2.6%로 낮췄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경제 전문기관은 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내수시장이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역사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경제학자가 있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가 주인공이다. 그는 239년 전(1778년)에 쓴 <북학의>에서 이용후생(利用厚生)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을 ‘우물론’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릇 재물은 우물과 같다. 우물은 퍼서 쓸수록 자꾸 채워지는 것이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리고 마는 것이다. 비단옷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어지게 된 것이고, 이로 인해 여공(女工)이 없어진다. 비뚤어진 그릇을 탓하지 않으니 일에 기교가 없고, 나라에 공장(工匠)과 도야(陶冶)가 없어지고, 또한 일에 대한 기술과 재주가 없어질 것이다.”
박제가는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는 절약이나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이라고 봤다. 그는 소비 부족이 기술개발의 중단, 실업의 유발, 생산 위축 및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균형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소비 증가→투자 증가→생산 증가→고용 증가→소득 증가 등의 순환으로 연결되는 ‘우물론’을 통해 경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완전히 새로운 진단이었다. 유효수요 이론의 완성자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년)보다 158년이나 앞섰다. 오늘날로 치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도 남는 큰 업적이다.
박제가는 ‘사치’, ‘검소’, ‘필요한 소비’를 엄격히 구분했다. 필요한 소비는 오히려 권장돼야 하고 그것이 바로 이용후생이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형편에 알맞은 소비는 유효수요이며 이것을 국부 창출의 원동력으로 봤다. 애덤 스미스보다 한 세기 앞선 영국의 사상가이자 <꿀벌의 우화>로 유명한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과도 생각이 같았다. 맨더빌은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미래의 위험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검소한 생활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그러한 생활습관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경제생활로 접어든다고 지적했다.
개별 경제적 관점에서 검소는 미덕이 분명하지만 국민경제 전체적 관점에서는 지나친 절약이나 그것으로 기인한 과잉저축은 해악이 될 수 있다. 이를 ‘구성의 오류’,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부(富)는 마치 우물과 같아 어떤 물건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그 물건을 만드는 사람도 늘고, 따라서 소비가 생산을 촉진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통한 경제발전이 이뤄진다. 한 시대의 사치품은 대체로 다음 시대에 생활필수품으로 이어진다. 문명의 진보는 한때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즐겼던 사치재가 점점 대중의 손으로 옮겨지는 역사라고 볼 때, 박제가의 ‘소비’ 찬양은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위한 경제순환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요컨대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경제 펀더멘틀(fundamental)을 혁신해야 한다.
김상규 | 대구교대 교수·전 한국경제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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