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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자리에 희망이 일터에 보람이

50대 중반을 향해 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지금의 나는 대기업 퇴직자이자 사이비(?) 사업가다. 집에서 살림하는 평범한 아내를 두었고 두 아이는 각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중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무 문제랄 것 없는 평범하고 준수한 가족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어려웠던 과정과 현재 진행 중인 난감한 문제들을 꺼내놓는다면 속이 편하지만은 않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종합상사에 입사해 청춘을 바쳤다. 당시에도 취업이 아주 쉬운 것만은 아니었고 학생운동이 절정이던 시대였으니 취업시장은 꽤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을 보면 제각각 자기 갈 길을 찾아갔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이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50대 초반에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내 처지는 차치하고 당장 취업을 못하고 떠돌고 있는 청년들이 더 큰 문제다. 12년 동안 학교와 학원을 맴돌며 억지공부를 하고, 4년 이상 대학교 공부를 마쳤다는 청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갈 곳이 없고 희망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기사 자료에서 요즘 청년실업률이 9% 이상이고 체감실업률은 23%까지 이른다고 읽었다. 청년 4명 중 1명은 자신이 ‘실업 상태’라고 느낀다는 뜻이다. 지난 4월 한때는 실업률이 11.2%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상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최대 과제인 건 당연하다. 마침 새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제1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엊그제 국회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고 시정연설을 하는 장면을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더 실감하게 된다.
 
우리 첫째아이는 얼마 전 다행히 중견기업에 취직했다. 둘째는 풋내기 간호사다. 당연히 처음부터 기다렸다는 듯 덥석 맞아준 일자리는 아니었다. 남들만큼 시간과 돈과 눈물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 어려운 취업 관문도 문제거니와 취업하고 난 이후도 문제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밤 10시 퇴근이 일상화돼 저녁 있는 삶을 모르는 큰아이, 2년 차 신참간호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격무와 질책에 시달리는 둘째…. 일자리가 없어서 헤매던 때도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어떤가. 임원 발령 받은 지 1년 만인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와야 했다. 재직 시 거래처였던 회사와 일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이라고 할 만큼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자리가 불안하다. 그렇다고 배워온 일 외 영역에 함부로 도전할 수도 없으니 막연한 불안감을 숨길 순 없다. 창업 지원 등 나라의 정책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문제의 핵심은 나 자신이 그 모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 다양한 일자리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으련만, 우린 아직 준비돼 있지도 익숙하지도 못하다. 아내는 은퇴 후 삶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한다. 몇 년 치 생활비를 미리 꺼내놓지 않으면 당장은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한다. 희망이 정지된 셈이다.

청년이나 장년이나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이 있어야 사는 보람이 있고, 소득이 있어야 기본적인 행복을 구가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젊을 때는 젊은 대로, 나이 들어서는 나이 든 대로, 각 세대별로 일자리에 대한 희망과 설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터에선 행복해야 한다. 일터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말로만 외치는 권리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 보장되는 권리여야 한다. 그런 세상이 좀 더 빨리 앞당겨지면 좋겠다.


이우석 | 무역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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