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북한이 인권을 개선한다면 그것은 곧 민주화를 의미하며, 민주화된 북한이라면 주민을 고립과 궁핍에 빠뜨리는 핵 개발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 주민을 비롯한 한민족 모두가 인권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됐다. 북한인권법이 처음 국회에 계류된 것은 2005년이지만 북한의 인권에 접근하는 데 대한 이견이 보혁 갈등과 여야 대립의 요인이 됨에 따라 국회에서 많은 절충과 타협을 거쳤다. 북한인권법은 11년이 지난 2016년 3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작년 9월 2일에는 대통령령 제27476호를 통해 시행령도 마련됐다.
북한인권법은 통일부에 ▲북한 인권 관련 정보를 수집·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할 것(제13조, 시행령 제14조) ▲법무부에 기록센터로부터 이관받은 기록을 보존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할 것(제13조, 시행령 제15조) ▲인도적 지원 및 국내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고 정책을 건의하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할 것(제10~11조, 시행령 제9~13조) 외교부에 북한 인권 관련 국제 협력을 담당하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할 것(제9조, 시행령 제8조)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설치할 것(제5조, 시행령 제2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원칙과 규정도 명시했다(제8조, 시행령 제7조). 하지만 법 제정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성과는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설치 및 출범이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6년 9월 28일 설립돼 2017년 1월 9일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며,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하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센터가 3개월마다 수집한 기록을 법무부에 보내면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이를 보존·관리하고, 통일 후 과거 청산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즉 이 기록은 통일 후 인권 가해자를 식별해 처벌이나 포용을 결정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는 서독이 1961년 기록보존소를 설립해 동독 내 반인권 사례 4만 1390건을 보존하고 통일 후 과거 청산 자료로 활용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록보존소의 운용 그 자체로 동독 내 인권 침해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인권재단은 아직 설립되지 못했다. 재단은 정부와 여야가 추천하는 12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토록 돼 있는데, 법 시행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단 출범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한 각종 활동에 책정된 예산 120억 원도 그대로 묶여 있다. 요컨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조속히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 시행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과제는 실로 다양하다. 우선 한국은 분단 당사국으로서 유엔북한인권사무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국들과의 인권 공조를 확대함으로써 명실공히 북한 인권 외교의 허브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행할 때 국제적 기준을 준수해 북한의 취약층을 지원하되 무분별한 지원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인권법 집행에 관여하는 여러 주체는 인도적, 인권적 차원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로(大路)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인권을 개선한다면 그것은 곧 민주화를 의미하며, 민주화된 북한이라면 주민을 고립과 궁핍에 빠뜨리는 핵 개발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 주민을 비롯한 한민족 모두가 인권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인권은 통일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김태우 |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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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