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우리는 어떤 형태가 되었건 간에 권력을 쟁취하고 싶어 한다.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역시 그러한 속성이 있다. 심지어 가족관계까지도.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행복 만족도를 높이 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지금까 지 이 사실을 수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떤 목표를 앞에 두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권을 믿고 따르는 습관 때문에,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변하는 순간 독일의 히틀러 와 같은 파시즘이 태동한다. 그리고 이 맹목성은 전 국민을 조종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변화한다.

123

사진 출처 : 동국대 여행작가 아카데미


어떤 사람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절대 권력에 쉽게 접근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은 시간 여행 능력을 권력이 아닌 사랑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연결고리 중에서 가장 튼튼해야 하는 것이 인 간관계에서는 정직, 심리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집안 남자들은 모두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는 책을 읽었다”고 대 답하는 장면이 큰 울림이다.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통해 부나 명예, 권력을 찾지 않았다. 선조들 중에서 그런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 불행했다. 시간 여행을 통해 주식 투자나 정치를 한다면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결국 그것들 역시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그의 행복을 책임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불멸의 고전은 사람을 조금 더 읽어내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인간을 둘러싼 모든 형태의 폭력에 서 벗어나고자 한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는 이 문제에 대해 단언한다. “내게 가장 신성한 것은 사람 의 육체, 건강, 지혜, 영감, 사랑, 그리고 모든 형태의 거짓과 폭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다. 이 것이 내가 위대한 예술가라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강령이다.”

결국 이것이 문학의 본질이고 책을 읽는 이유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읽어라, 너의 사랑과 사람을’이 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 크레 디트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암에 걸려 몇 주간의 시한부 생명을 살면서 아들에게 해준 말이다.

“아들아,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란다. 그 누구의 인생이든 말이다.”

우리가 쉽게 좌절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인생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생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어디일까. 그건 바로 오늘과 여기이다. 주인공이 사랑을 찾아 시간 여행을 하는 이유도 ‘오늘’과 ‘여기’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늘과 여기가 사랑 으로 충만하고 행복하다면? 시간 여행이 필요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에게 정직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가장 귀하게 여겼던 위대한 인간의 가치였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 가치를 너무나 쉽게 포기한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 그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글 · 원재훈 (시인) 2015.5.18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