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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北 변화 없으면 탈북 행렬 이어진다

지난 4월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출, 7월 홍콩에서 열린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18세 북한 수학 영재의 망명, 북한 총정치국 외화 관리 담당 장성급 인사의 잠적, 대남공작 업무를 맡았던 정찰총국 영관급 장교의 한국 망명, 유럽지역 외교관과 동남아 무역 담당 간부 등 10여 명의 한국 입국, 태영호 공사의 가족 동반 탈북 등이 이어지고 있다.

태영호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영사 업무를 담당하던 고위급 외교관이다. 특히 그의 귀국은 역대 최고위급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귀순이 갖는 의미는 그 이상인 것 같다. 우선 빨치산 혈통의 ‘금수저’ 계층이 탈북에 동참했다는 점은 엘리트 계층 체제 이반의 서막일 수 있다. 또한 태 공사는 북한 체제를 옹호·선전하는 최일선에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받았을 충격이 매우 클 것이다. 특히 북한 체제의 뿌리인 빨치산 혈통 고위 인사가 탈북에 동참했다는 점은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해외 주재 외교관과 외화벌이 일꾼들의 가족 동반 탈북이 이어지자 김정은은 ‘25세 이상 해외 거주 자녀들의 본국 소환령’을 내렸다. 이는 자녀들을 ‘평양의 볼모’로 잡아 탈북을 차단해보려는 고육지책이다. 태 공사도 자녀 본국 송환이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 동기라고 한다. ‘북한으로의 송환이 자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작용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다는 전언이다. 이는 북한 엘리트 계층이 ‘북한 체제에는 희망이 없다’는 점을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탈북자 단속에 주력해왔다. 집중 단속으로 한국행 탈북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2016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이는 북한 주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로써 김정은에게는 탈북자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됐다. 집권 5년 차 김정은에게 탈북자 증가는 체제 위기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탈북을 막기 위해 올해에만 탈북자 가족과 탈북 브로커, 주민 60여 명을 공개 처형했지만 탈북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입국 탈북자가 증가하고 이들 중 엘리트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은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초래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의 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해외 체류 엘리트 계층이 체감하는 압박감은 훨씬 높았기 때문에 탈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경 통제, 공개 처형, 감시와 통제 같은 강압적 방법을 통해 탈북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탈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강압적 방법이 미봉책이며 근원적 대책이 아님을 말해준다. 탈북 행렬은 북한 체제의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바로 북한 체제의 근원적 변화만이 탈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공포정치를 더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므로 북한 체제의 근원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북한 체제가 근원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차단하고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확대하는 게 최선이다. 통치자금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주민들의 정보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하다.

 

기고

글· 조영기(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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