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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해 신공항’은 최선의 결정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냐 밀양이냐의 결정을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내로라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정부에 연일 압박을 가하고, 유치에 자리까지 내건 지자체장도 있었다. 극단적인 유치 경쟁 분위기에 휩쓸린 주민들은 길거리 집회에 나와 자기 지역이 선정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유치 경쟁이 아니라 차라리 유치 전쟁을 치른 느낌이다.

6월 21일 정부가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정비하는 방안을 최적안으로 결정·발표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허탈해하면서도 결정 결과와 이후 대책들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공항은 도로, 철도, 항만과 함께 대표적인 교통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유치 시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은 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혐오시설에 대해서는 불행한 사태에까지 이어지는 결사적인 반대가 다반사다. 우리는 이런 대형 SOC 시설들이 전문가의 손이 아닌 정치적 결정에 따라 추진될 때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지방 공항들도상당수가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건설되었다. 어떤 공항은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없어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렸다는 소문이 도는가 하면, 어떤 공항은 취항 항공사가없어 문을 열지도 못하고 조종사 훈련소로 바뀌었다고 한다. 공항만이 아니다. 적자 철도,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선박이 들어오지 않는 항만 등 많은 사례들을 보아왔다.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오른쪽 두 번째)가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를 발표한 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오른쪽 두 번째)가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를 발표한 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항은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는 것
국익이 극대화되는 경제성 확보가 필수

지역에서는 김해공항은 포화가 목전에 다다른 흑자 공항으로, 다른 적자 지방 공항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얘기한다. 김해공항이 포화 상태여서 용량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용량 확충을 위한 방안에서부터 입지와 규모 등의 결정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지금 수요가 많아 잘되는 공항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공항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이전과 같이 잘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입지가 부적절하거나 이용하기 불편하고 사업비가 과다하게 소요되면 잘되던 공항도 실패할 수 있다.

김해공항 확장 건설이 잘 추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잘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대형 SOC 사업들에 대해서는 경제성 항목을 포함한 타당성 조사라는 제도가 적용돼왔다. 공항은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는 것이므로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최우선적으로 국익이 극대화되는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신공항은 낙후지역의 교통복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건설돼야 할 핵심 기반시설과는 다르다. 경제성이 없는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일천한 우리 지방자치제의 역사에서 지역 간 갈등이 첨예한 사업들의 입지를 결정할 때 합리적인결정 절차를 수립하고 투명하게 이를 진행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항, 철도, 산업단지 등 유치를 희망하는(PIMFY) 사업은 물론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원자력발전소 등과 같이 입지를 반대하는(NIMBY)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지역 간 갈등을 빚었고 국가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국력 소모를 되풀이해왔다.

이제는 대형 SOC 사업의 입지를 결정할 때 혜택과 손실에 대해 지역별로 정확하게 따져 혜택을 보는 지역은 그 반대급부로 어떤 부담을 할 것인지, 손실을 입는 지역은 그 보상으로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확한 근거와 논의 없이 결정하다 보면 혜택을 보는 사업은 무조건 유치 전쟁이고, 혐오시설에 대해서는 무조건 결사반대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혜택이 많은 사업을 유치하지 못하는 지역과 혐오기피시설 설치를 막지 못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그 대가로 다른 무엇을 주는 방식이 지금까지의 협상방식이었다.

 

영남권 신공항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성공
이제는 성숙한 국민의식 필요

이번 신공항 유치 경쟁에서도 설사 우리 지역에 유치하지 못하더라도 반대급부로 받아낼 대가가 커지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중요한 점은 혜택을 보는 지역의 주민들도 그 사업이 정치적이고 시혜성의 공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임을 인식하고 그만큼 사업 성공을 위한 지역의 노력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도, 도로 사업에 지자체가 참여하는 것과 같이 공항 사업에도 지자체의 부담과 책임을 부과하는 상생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은 선진국 사례에 비춰 인구 감소 추세와 전체 항공 수요의 포화 수준을 감안하고 새로운 공항 후보지가 지닌 여러 가지 불리한 지형 조건들을 극복하기에는 과다한 예산 투입으로경제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따른 최선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유치 경쟁과 지역 간 갈등, 국론 분열로 모든 국민에게 주는 부담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남권 신공항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추진한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김해공항의 확장·정비를 통한 신공항화 결정이 내려진 만큼 지금이야말로 성숙한 국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공항이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려면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최적의 방안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설계하는 길이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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