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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족과 함께하는 그 중요한 시간

퀄리티 타임(Quality Time). 밀도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보내는 시간. 이 말은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항상 일에 쫓겨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충고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짧지만 퀄리티 높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시간의 질이 양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고작 10분 동안 아이와 눈 맞추며 책을 읽어주거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의 관계성이란 결국 같이 보낸 시간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도 관계성이 유지되는 것은 언젠가 과거에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것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특히 더 그렇다. 퀄리티 높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같이 밥 먹는 시간, 같이 이동하는 시간, 같이 TV 보는 시간도 괜찮다. 퀄리티 높은 대화 주제가 아니어도 괜찮다.

가족이 가족답게 사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동네 놀이터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알게 되고, 때로는 아이들 친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계속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문제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사회자본이란 한 사회의 신뢰와 협력적 행동을 촉진하는 관계성을 뜻한다. 물적 자본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적 시민의식처럼 그 사회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공적 특성이다.

우리 가족 안의 대화는 우리 가족을 지키는 사회자본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키는 사회자본이다. 가족 안에서 대화를 통해 형성된 신뢰와 협력적 행동은 가족 밖에서도 자본이 된다. 우리 아이의 친구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는지, 우리 동네의 환경이 안전하고 믿을 만한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힌트가 가족 안의 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가족 안의 대화는 우리의 관심이 가정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교까지 확장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은 중요한 사회자본이 된다.

어떤 부모들은 특별히 배우거나 훈련받지 않아도 아이들과 쉽게 대화한다. 반대로 좋은 의도로 시작한 말이 잔소리가 되거나 권위적인 말이 되어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닫게 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곳이 바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부모교육, 아버지교육, 부부교육은 바로 좋은 부모,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은 퀄리티 타임이다. 이러한 가족시간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부모 모두 노동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출산과 집중적인 양육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와 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과도한 학업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돌봄 인프라와 여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이렇게 기업, 학교, 지역사회 등 모든 환경이 가족 친화적으로 만들어질 때 가족이라는 건강한 사회자본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기고자 진미정

 

· 진미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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