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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스승의 날이 지났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사제지간이 된 많은 제자들이 올해도 잊지 않고 감사의 마 음을 전해주었다. 어느 제자인들 특별하지 않을까. 민성이는 그중에서도 참 특별한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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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민성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찾아뵙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민성이를 처음 만 난 것은 2010년 봄이었다. 당시 3학년이던 민성이가 내 강의를 수강하면서 우리는 사제지간의 연을 맺 게 되었다. 하지만 민성이와 더 특별한 인연을 갖게 된 것은 민성이가 용기를 내어 쓴 이메일 한 통 덕분 이었다. 강의 중에 자신의 말하기를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은 연구실로 찾아오라고 했더니 민성이가 면담 신청을 하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필자는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해서 오라고 답장을 보냈고 민성이가 며칠 후 연구실로 찾아왔다. 민성이 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필자는 그의 청력이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성학자이며 전직 언어치료학과 교수인 필자가 그 음성적 특징을 놓칠 수는 없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귀가 잘 안 들리 느냐고 묻자 민성이는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날 이후 민성이가 보청기를 받아들이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주변의 많은 전문가들이 민성이를 격려해주었고 많은 도움을 베풀어주었다. 민성이는 보청기를 끼고 교생 실습을 나가 최고의 교생으로 뽑혔고, 졸업을 하면서 임용 시험에 합격해 중학교 교사로 임용 되었다. 올해 벌써 4년 차 교사가 된 민성이는 작년부터 담임도 맡게 되었다.

첫 담임을 맡은 민성이는 내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제자의 제자들 앞에서 특강을 하게 된 것이다. 작년 가을, 민성이가 연락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서 자율학기제 프로그램을 운 영하고 있는데 제자들을 데리고 고려대를 방문한다고 했다. 방문하는 길에 자신의 제자들에게 좋은 이야 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중학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전에 무조건 환영한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런데 일이 더 커져서 그 학교 1학년 전체가 고려대를 방문하게 됐고, 필자는 제자의 제자들 180명 앞에 서 국어학자로 사는 재미와 보람에 대한 짧은 특강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르치는 일이 특별한 것은 아마 가르치며 배우며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민성이는 지난 6년 동안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고 그 도전을 피하고 싶을 때마다 필자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절대로 피하지 말라고 말해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피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전이란 피하고 싶은 일이라 그 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며 피하고 싶을 때 필자는 민성이를 떠 올린다. 민성이가 만약 ‘선생님 어떡하죠?’라고 편지를 보냈다면 나는 어떻게 답장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도망치지 말고 받아들이고 뚫고 나가자. 처음 하는데 어떻게 잘하기만 하겠는 가.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이어가보자.

민성이를 비롯한 나의 모든 제자들은 나의 제자이자 동시에 스승이다. 스승의 날을 보내며 이렇게 많 은 스승들을 만날 수 있는 감사함에 가슴이 뻐근해진다.


글 ·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 20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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