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까이 지내는 어느 신문기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지인 가운데 ‘책 산타’가 계시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문의했다. 처음엔 ‘책 산타’란 생소한 말 때문에 어리둥절했는데 ‘양서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독지가’란 설명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다행히 내 주변엔 그런 분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책 산타’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 기자의 재치에 감탄하면서….

▷출처 : 신동아
독서가로 소문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0여 년 동안 <궁궐의 우리 나무>라는 책을 집중적으로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은행연합회 회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박 회장의 이런 활동에 힘입어서인지 이 책의 진가가 널리 알려졌고 덕분에 3만 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식 경영’을 실천하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양서를 발견하면 임직원에게는 물론 주요 고객들에게도 나눠준다. 역사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은 윤 회장은 한국사 검정시험에 합격하는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 이 회사의 게시판에는 ‘역사에 눈을 뜨는 계기를 주신 회장님께 감사 드립니다!’라는 직원들의 메모들이 붙어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박윤근 오토코리아 대표는 비행기 안에서 줄기차게 책을 읽는다. 감명을 받으면 귀국해서 그 책을 수십 권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책 읽는 동지들과 함께 저자를 초청해 특강을 듣거나 토론을 벌이다가 아예 이 모임을 월 1회 여는 것으로 정례화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홍광식 변호사는 판사 시절부터 ‘책 산타’를 자임했다. 지역 서점을 돕는 차원에서 직접 동네 책방을 방문해 책을 고르고 주문한다고 한다. 사무실에 여러 종류의 책을 수북이 쌓아놓고 방문객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물한다. 독서모임 ‘하무리’를 결성해 독서를 통한 사회 발전을 꾀한다.
송인회 기보스틸 부회장은 새해 연하장 대신 책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을 출판사에 대량 주문해 고객과 지인들에게 보냈다. 인문학 공부 모임인 ‘계영계’에도 꾸준히 참석해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매월 1회 새벽 6시에 열리는 젊은 기업인들의 독서모임을 주도하는 서문수 SK증권 이사도 독서 애호가이다. 한겨울엔 그 시간에 모임을 가지려면 새벽 4, 5시에 일어나야 한다. 한·일관계가 이슈로 떠오를 때는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 <조선총독부>를 읽고 토론을 벌였다.
‘독서 경영’에 앞장서는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도 좋은 책을 지인에게 소개하고 나눠주는게 취미이다. 한국 경제의 기적적인 발전상을 파헤친 <코리안 미러클>에 감동을 받아 ‘책 산타’ 노릇을 자처했다. ‘지독한(知讀閑)’이란 독서모임에 참여해 역사, 문학, 철학 서적을 주로 읽는다.
이들 ‘책 산타’에게서 내가 받은 책도 적잖다. 이분들에게 영향을 받아 나도 ‘선물은 책으로!’를 실천하려 노력한다. 특히 궁핍한 작가가 저서를 보내오면 그 책을 여러 권 구입하여 벗님들에게 보낸다. 크리스마스 때만 반짝 활약하는 산타클로스에 비해 ‘책 산타’는 사철 내내 활동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글 · 고승철 (소설가) 2015.6.8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