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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그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질환)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민낯을 드러낸 ‘끝판왕’이었다.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구분하지 않는 응급실 체계, 외부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병실, 가족 및 친척 위주의 간병 문화, 유명무실한 주치의 제도, 대형병원편중 현상, 의사 쇼핑, 부적절한 감염병 의료수가 체계, 공공의료에 대한 홀대,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 감염병에 취약한 병원 건물구조, 다인 입원실, 매뉴얼에 의존한 경직성, 보건학적 시각의 부재…. 덧붙여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설과 인력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입증해주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 2위 메르스 환자 발생국을 만든 사건은 우리 이웃의 이름 없는 영웅들을 재발견하는 기회도 됐다. 메르스 사태는 인재(人災)에 가까웠지만 우리에겐 인재(人材)가 있었다. 필자도 최근 <메르스의 영웅들>이라는 책을 통해 그들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임신 초기 아내를 두고 메르스 환자 이송을 전담했던 황영진 소방교, 남들은 메르스 사태 때 떼돈을 벌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사비를 들여 평택 시내 구석구석을 방역했던 에스티환경 김성환 대표, 자신이 무슨 이유로 죽어가는지도 모른 채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 했던 메르스 첫 사망자를 돌본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간호사.

청해부대 아덴만 여명작전 때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아주대학교병원 문봉기 교수가 메르스 사태 때 기부천사가 된 사연, 집단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신종 감염병과 맞닥뜨렸을 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수원병원 안주희 과장, 연락받은후 바로 다음 날 토요일에 한 치의 망설임도없이 메르스가 의심되는 고령의 간 이식환자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

딸을 둔 엄마로 에볼라가 창궐한 시에라리온에 자원해 다녀온 후 그 노하우를 메르스 사태 때쏟아낸 국군강릉병원 양주연 간호과장, 메르스 사태 때 잠 못이루다 직원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편지로 표현한 서울 강남보건소 서명옥 소장, 위기 상황에서 준비와 실력이 사람을 살린다는 교훈을 알려준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

그분들을 떠올리면 또다시 가슴이 떨려온다. 메르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과 가슴 뭉클한 희생이 있었는지 독자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메르스 영웅

▶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이름 없는 영웅들의 헌신이 큰 힘이 됐다.

 

헌신적으로 노력한 그들 기억하고
메르스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과 숙제 잊지 말아야

메르스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과 숙제는 너무나 많다. 메르스 사태는 현재의 보건의료 전달체계가 보다 정교해져야 하며, 일반인들의 병문안 방식을 비롯한 병의원 이용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존재 가치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사후적으로 일깨워주었다. 또한 신종 감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질병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돈 되지 않는 질병 예방에 투자하지 않으면 차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미지의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헌신적인 의료인이 있음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도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메르스의 영웅들’이 바라는 소망이 있다.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 더 이상 영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을 테니 말이다.

 

·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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