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인 서명숙 씨는 필자의 대학 시절 하숙집 동기이다. 인기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94’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대부분은 서명숙 씨를 제주 올레길을 만든 사람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23년 동안 언론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 어느 날 갑자기 일을 때려치우더니 고향인 제주도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오경수 ·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명예회장
모두가 미쳤다고 말렸지만 오직 한 사람, 동생만이 좋다고 나섰다. 둘은 제주의 숨겨진 길을 찾으며 누비고 다녔다. 2007년, 나이 오십을 넘어서던 때였다. 그렇게 그가 땀 흘려 잇고 열고 낸 길은 이제 1년에 20만 명이 넘게 찾는 길이 됐다.
그는 3~4일이면 다 돌아본다는 제주도를 일주일이 넘는, 심지어 보름이 넘게 머물며 여행하는 섬으로 만들었다. 관광지 위주였던 제주도가 이제는 구석구석 올레를 찾아오는 수많은 방문객과 호흡하며 살아가게 됐다.
요즘 TV 드라마 때문인지 올레길만큼이나 유명해진 ‘엉또폭포’는 필자를 비롯한 후배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가 올 때만 터지는 폭포를 눈여겨본 엉뚱한 후배의 시작으로 길을 닦고 산장을 짓고 정자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이후 필자의 여행에 대한 관점은 보는 여행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필자는 일 년이면 열 번 이상 제주를 찾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제주를 느낄 수 있도록 나름의 코스를 개발하곤 한다. 그리고 당일치기, 2박 3일, 3박 4일 코스 등으로 추천 여행 지도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명한 관광 코스를 휙휙 돌아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주가 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제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남 강진군에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았다. 강진만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 입구 황토방에서 18년 유배기간 중 500권의 책을 써낸 다산 선생을 떠올렸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 다산 선생은 국가와 백성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책을 집필하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유배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다.
지난 5월엔 집사람과 함께 대하드라마 ‘토지’의 주 무대였던 경남 하동군 평사리를 찾았다. 고(故) 박경리 선생의 원작인 ‘토지’는 평사리에서 5대째 대지주로 살아온 최 참판댁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폭넓게 그린다. 이곳을 여행 중에 필자는 ‘느린 편지’를 부쳤다. 내년 5월 그러니까 딱 일년 후에 배달된다. 벌써부터 내년에 받아볼 편지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메르스 여파로 국내 관광지마다 울상이라고 한다. 올여름에는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메르스를 극복한 곳은 ‘메르스를 이긴 용기의 지역’이라 이름 붙이며 곳곳을 돌아볼까 한다. 그러니 당분간 해외를 갈 시간은 없을 듯하다.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 · 오경수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명예회장) 2015.7.13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