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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육체든 정신이든 ‘사랑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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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에서 찾는 가장 큰 미덕은 무엇일까. 누군가와 연인이 될 때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갈구하는 걸까. 사랑에서 육체가 차지하는 의미는 얼마나 될까. 최근 개봉한 사랑영화 두 편은 양 극단의 답을 제시하는 듯하다.

영화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40대 중년 남자. 그의 새 연인은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그녀’는 바로, 컴퓨터 운영체계다. 윈도우와 같은 컴퓨터 운영시스템이 연인이라니? 그러나 사만다라는 이 소프트웨어는 구동과 동시에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몸은 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엄마와의 관계를 궁금해 하며, 불필요한 이메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소개팅할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해 주고 비디오 게임을 할 때 도란도란 전략을 의논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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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미 속성을 입력해 준 소프트웨어임과 동시에 구동되고 경험함에 따라 진화하게끔 만들어진 열린 체계이기도 하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은밀한 사생활을 봐야 할 때는 “당신의 하드 드라이브를 좀 봐도 될까요?” 하고 수줍어하며, 테오도르가 이혼수속 중인 아내를 만나러 나가자 신경 쓰여하고, 급기야 생명체도 아닌 주제에 섹스를 원하게 된다. 새까만 화면에 둘의 목소리만 흐르는 정사 장면은-실은 테오도르의 자위 장면이겠으나-조금도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영화사상 가장 감격적이고 합일된 러브신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몸이 아예 없는 가운데서의 간절한 사랑. 이렇게 보면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플라토닉 러브의 가장 현대적이고 사랑스런 체현인 것도 같다.

이와 거의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듯한 영화가 <인간중독>이다. 여기서 김진평 대위(송승헌)의 ‘그녀’는 부하 군인의 아내다. 베트남전쟁의 영웅이자 군 실세의 사위로 잘나가는 그가 갑자기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다. 눈빛이 마주친 바로 그때부터 그들 몸 안의 무엇인가가 동시에 클릭하면서, 연소하는 물체가 산소를 빨아들이듯 그들은 서로의 육체를 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에서 육체는 정신적 대화를 보완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신적 교감까지 만들어내는 궁극적이고 최우선적이며 세계를 결정짓는 절대적 재료인 것이다.

사랑에서 육체의 의미, 즉 “몸이냐 아니냐”는 애초에 질문 자체가 편협했는지도 모른다. 테오도르가 치명적으로 ‘그녀’에게 반했던 이유는 “너에 대해 정말 알고 싶어, 너는 혹시 이런 사람 아니니, 너는 이럴 때 정말 맘 아플 정도로 외롭지 않니”라고 속삭이는, 내 마음 자체인 듯한 다정한 목소리 때문이었고 그랬기에 자위조차도 연인 간의 공감의 합일로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전쟁의 깊은 상처를 안은 김진평 대위가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새에게 내뿜는 담배 연기조차 너무 아프게 느끼는 그녀의 여린 마음이 그의 맘 깊은 곳 무언가를 어루만졌던 것도 같다. 육체가 먼저든 아니든 정신의 언어든 육체의 언어든, 결국 사랑의 궁극적 언어이자 모든 것의 시발점은 “내가 네 외로움을 알고 있어, 나도 너와 함께해 줄게”라는 공감의 밀어였는지도 모른다.

글·오은하(매스컴학 박사·<코리안 시네마 투데이> 필자)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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