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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탈북 도미노 이끈 대북 압박외교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 망명에 이어,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김철성 3등서기관이 가족과 함께 탈북·귀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외교관을 중심으로 고위 엘리트의 탈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북한 내부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권력 엘리트의 탈북은 종래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한 일반 주민들의 생존 차원 탈북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자유 사회를 향한 동경임과 동시에 지도층에서조차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불만이 점차 확산되고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70호가 3월 채택·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결의안 2270호는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안으로서 지금까지 북한에 지속적인 압박 효과를 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차원에서 2월 10일 개성공단중단을 결행해 북한 정권에 대한 연 1억 달러의 현금 유입을 차단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제재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고 6월의 노동·무수단 미사일 고각 발사에 이어 8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발사하는 등 제재 효과가 없지 않느냐면서 이견을 내기도 하나, 이는 정세를 잘못 본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는 ‘하늘이 무너져도’ 바뀌지 않으므로 단기간 안에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오직 지속적이고 일관된 고강도 제재를 통해 북한 경제를 압박할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타격을 북한 정권에 줄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역량을 축소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로 올해 3월 제재 개시 이후 김정은 정권이 전례 없는 고통을 받아온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처하느라 외화벌이에 혈안이 되다 보니 외교관과 해외 근무 노동자들, 심지어 식당 종업원들에게까지 달러벌이를 독촉하며 과도한 송금 압박을 가하게 됐고, 결국 뜻하지 않은 연쇄 탈북·망명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최근 고위급 엘리트의 탈북 도미노는 체제 균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당국의 국경 단속이 심해져 탈북자 수가 일시 감소했으나, 최근 다시 증가 추세라고 한다.

김정일 정권 마지막 5년간 연평균 2600명이던 탈북자 규모가 2012년 이후 연간 1500명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가 엘리트 중심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 주재 우리 대사관은 잇단 탈북 이후 신경이 예민해진 북한 정권이 우리 국민에 대해 보복성 테러, 납치, 유인 등을 감행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신변 안전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북한 내부가 뒤숭숭한 가운데 경제 상황도 어려워져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6년 북한의 식량난이 4년 만에 최고조에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김정은이 잇단 외교관 탈북을 계기로 ‘정권 수호’만을 위해 단속의 고삐를 더욱 조인다면 이는 김정은이 뜻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 곧 체제 몰락을 재촉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언제 가시화될지 모르는 북한발 대격동에 대비해나가야 한다.

 

북한학과 교수

 

글· 홍관희(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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