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의 업적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 훈민정음 창제를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다. 세종대왕 덕에 우리는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고유 문자 보유국이 되었다.
1443년 12월 30일 세종은 오랜 연구를 거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의 완성을 대내외에 알렸다. <세종실록>은 그날의 정황을 “왕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하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후 다시 3년여의 준비와 보완 기간이 필요했고, 1446년 9월 상한(10일)에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다. 세종은 서문에서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를 불쌍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생활에 편리하게 쓰도록 하노라”고 창제 동기를 명확히 밝혔다. 이처럼 한글 창제에는 세종의 자주, 애민, 실용정신이 잘 녹아 있다. 한자에, 알파벳 문자에 글자를 만든다는 목적이 기록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28자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훈민정음의 문자 모양은 발음기관과 삼재(三才 : 천·지·인)의 모습을 닮았고, 문자 조직은 주역 철학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훈민정음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문자였다. 소리가 나는 대로 쓸 수 있어 각 문자마다 뜻을 알아야 하는 한자보다는 익히기가 훨씬 쉬웠다.
훈민정음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 중국과 다른 문자를 쓰는 것이 사대의 예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은 1444년 2월 훈민정음 반포를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이제껏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여 오다가 우리의 독자적인 말과 글을 쓰게 되면 중국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과 이미 이두가 있으니 한글은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한글은 기예에 불과하다는 것 등이 반대의 주요 논리였다. 그러나 세종은 반대 의역사가 된 정책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견에 대해 반박하고 적극적으로 훈민정음 즉 한글 반포를 주도해 나갔다. 이제 중국과는 다른 우리의 독자적인 문자, 어리석은 백성들이라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자가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때문이었다.
훈민정음의 창제로 어려운 한자 시대가 가고 쉬운 한글시대의 전기를 맞이하였다. 양반 사대부들은 여전히 한자를 선호하였지만 글을 배우기 힘든 백성들에게 있어서 한글은 그야말로 가뭄 끝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백성들은 이제 자기가 속에 품고 있는 뜻을 글자로 표현해낼 수 있게 됨으로써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게 되었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널리 보급하기 위하여 다양한 서적들을 편찬하였다. 조선왕조 개국의 정당성을 찬양한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지어 보급하였고, 충신, 효자, 열녀의 행적을 그림으로 설명한 <삼강행실도>를 만들어 한글로 해설을 달아 펴냈다. 죄수들의 조서나 판결문, 왕이 내리는 교서도 백성들이 알 수 있도록 한자와 한글을 함께 썼다. 관리를 뽑는 시험에도 한글 과목을 두었다. 훈민정음 창제는 한자의 발음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자사전에 해당하는 <동국정운(東國正韻)>은 이러한 결실로 나타난 운서(韻書)였다.
저속한 글이라는 뜻으로 언문(諺文)이라고 천대받던 훈민정음은 양반들보다는 일반 백성이나 부녀자들에게 널리 쓰이다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한자 대신 나라의 문자로 쓰이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 나온지 460여 년이 흐른 뒤에는 훈민정음이 아닌 ‘한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13년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위대하고 하나밖에 없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현재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한글날이 10월 9일인 까닭은, 세종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기 때문이다.
글·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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