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0년 넘게 해외에서 살다 귀국해서 올해 세 번째 봄을 맞았다.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의도 벚꽃놀이도 다녀왔다. 요즘은 계절의 여왕 5월에 찾아갈 여행지를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가슴 설레고 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떠나세요, 봄이 있는 이 땅으로'라는 주제로 '2016 봄 여행주간'을 시행한다고 한다.
지자체 간 경쟁 공모를 통해 선정된 17개의 지역 대표 프로그램을 만날 수도 있다. 또한 4대 궁과 종묘 입장료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고 한다. 5월 축제에 기대가 무척 크다.
대한민국 봄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사함과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사실 봄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자 행복이기도 하다.
2014년 귀국해서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경주다. 경주는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산재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침 그해 5월 3일부터 6일까지가 연휴여서 부모님도 찾아뵙고, 경주를 거쳐 동해 바다를 벗 삼아 설악산까지 따라 올라가기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푼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설렘과 기대는 출발부터 무너졌다. 너도나도 봄 여행에 나선 사람들로 극심한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10시간이 넘게 걸려 겨우 경주에 도착했다.
경주 시내 도로를 메운 차들로 첨성대에서는 내릴 수도 없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불국사에 들어서서 청운교와 백운교, 석가탑, 다보탑을 둘러볼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30년 전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왔을 때는 그저 교과서에서 보던 문화유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던 기억도 났다. 보수 중인 석가탑과 복원공사 중인 석굴암은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완전한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올 것을 기약했다.
지난해에는 연휴를 피해 서해안과 태안반도를 거쳐 장흥 천관산 휴양림, 보성 녹차밭, 담양 죽녹원, 전주를 거쳐 오는 여정을 짰다. 여행은 처음부터 대만족이었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과 맛있는 먹을거리는 '힐링' 그 자체였다. 섬 전체가 유럽풍 펜션이 있는 태안 안면도에서의 하루는 마치 모네의 정원을 거니는 것 같았고, 몽생미셸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던 그때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서해안 3대 낙조로 유명한 안면도 꽃지 해변의 풍경은 프랑스 노르망디 에트르타만큼 평온했다. 주말을 피해 이동했기에 사람도 적고 번잡하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사람과 자연, 건축물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한 나라의 풍경은 그들이 사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인문학의 집합체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유럽의 멋진 여행지를 경험할 기회까지 잃게 되는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외국의 유명 관광지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이 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한국의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었고, 경복궁은 웅장하고 화려한 세계 여러 나라의 궁전만큼이나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각 지역마다 특색 있고 맛있는 향토 음식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귀국 후 세 번째 맞는 이 화사한 봄, 방방곡곡 다 가고 싶지만 몸은 하나뿐이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5월에는 어느 곳으로 떠나볼까나.

글 · 이희숙 (큐레이터)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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