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관(官)이 현명해지지 못하게 되는 까닭은 민(民)이 제 몸을 꾀하는 재간을 부리고 관(官)에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다. '관의 부당한 요구가 있다면 일방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산은 또 항의하는 사람에 대해 "관은 천금을 주고 사야 할 사람이다"라고도 했다.
관공서에 찾아와서 또는 전화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이 왜 항의를 하는지 귀담아듣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규제개혁의 첫걸음이다. 실제 규제개혁 현장에 나가보면 다산의 말처럼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무심코 던진 돌(규제)에 개구리(국민, 중소기업)는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됩니다."
"뻘밭(경영 위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절대 혼자서 못 빠져나옵니다. 누군가(정부)가 손만이라도 잡아준다면 편하게 일어설 수 있는데…."
손톱 밑 가시가 박힌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입지나 환경, 기술 규제에 대한 하소연이 많았다. 이들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환경과 산업 생산 여건이 변함에 따라 벌써 적절히 수정되어야 했다. 법구폐생(法久弊生)은 '좋은 법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폐단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번 규제가 생기면 세월이 지나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손톱 밑 가시 뽑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히지 않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나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정책은 너무 늦다. 〈목민심서〉에도 "환난을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톱 밑 가시는 당장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냥 놓아두면 결국 곪아 터지는 부작용을 부른다. 가시가 박히지 않도록 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다.
역지사지는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다. 행정의 간절한 도움을 바라는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 권한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장을 다니며 수백여 건의 손톱 밑 가시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규제에 시달리는 국민과 중소기업들은 큰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규제에 따른 어려움과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달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법령에 저촉되니 안 됩니다'보다는 '함께 고민해봅시다'를 원했다.
"뻘밭에 빠진 기업을 보신다면, 우리 회사를 이렇게 살려주었듯이 외면하지 마시고 반드시 손잡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 경영 위기를 벗어난, 40여 년간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어느 기업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규제개혁은 예산 없이 산업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규제를 만들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개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업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길이다.

글 · 서승원(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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