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히든 챔피언’이 많아야 진짜 강국

세계 경제가 저성장 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추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우리의 수출시장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울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 알 수 있다. 1962년 이래로 울산지역의 수출 규모는 ‘질주’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쑥쑥 성장해왔다. 2011년 1105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4년에는 924억 달러, 2015년에는 729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두 해의 수출 규모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에 비해 각각 -21%와 -37%를기록할 정도다. 조선 경기가 가라앉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라고 간주해버리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높은 우리로서는 분야마다 특별한 실력을 갖춘 기업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기업들을 흔히 ‘히든 챔피언’이라 부른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에서 비롯된 이 용어는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히든 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을 말한다.

히든 챔피언을 많이 가진 나라들은 특정 기업 의존도가낮아 경기 변동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의 중심도시인 울산의 어려움은 지나치게 조선과 자동차 그리고 화학산업에서 몇몇 대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한 경쟁우위를 확보한 히든 챔피언이 여러 분야에 골고루 포진해 있으면 경기 변동에도 크게 출렁거리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히든 챔피언은 대체로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어 그만큼 경상이익률도 높게 마련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 허덕거리는 기업들이라면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은 업계 1위이기 때문에 대부분 가격 결정권을 어느 정도 갖게 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절삭공구의 일종인 ‘엔드밀’ 전문 제조업체인 ‘와이지-1(인천 부평구)’, 세계 3대 헤어드라이어사인 유닉스전자(서울 용산구), 캐릭터 봉제완구 전문업체인 오로라월드(서울 강남구), 오토바이 경기복 제조업체 한일(대전 중구), 오토바이 헬멧의 대명사 HJC(경기 용인시), 자동차 와이퍼업계의 강자인 캐프(대구 성서공단), 자동차 엔진과 머플러를 연결하는 ‘벨로스’라는 부품의 절대 강자인 SJM(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플라스틱 제품 생산용 금형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핫 러너’를 만드는 유도실업(경기 화성시) 등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히든 챔피언으로 들 수 있다.

이익률이 높으면 투자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혁신과 창조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두둑한 보수를 지불할 수 있는 여력도 갖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이왕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기여라는 측면에서도 업계의 선도 기업은 눈에 두드러지게 된다. ‘우리가 이 업계에서 새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자긍심만큼 대단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시장에서 길을 개척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들이 있지만 그 수가 적을 뿐이다. 히든 챔피언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진짜 강한 나라다.

 

공병호 소장

 

글·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2016.11.28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