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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미동맹 미국에도 큰 이익이 된다는 점 부각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을 뒤집은 것이기에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속마음을 내놓지 않았던 이른바 미국의 블루칼라 백인층이 트럼프를 집중 지지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막말과 함께 인종차별이나 성문제 등 수많은 구설수에 올랐던 트럼프였기에, 대부분의 국가나 국민들은 그보다는 힐러리가 당선되기를 더 바라는 마음(Wishful Thinking)이 반영돼 예측을 빗나가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막말들이 과연 실제 미국의 정책에 반영될 것인지, 이것이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러기에 우리의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후보 시절 쏟아낸 안보 관련 언급, 유세전략의 일환
대통령 당선 직후 과거 발언 상당수 뒤집고 있어

트럼프의 당선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돼온 미국 백인 서민층의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그래서 중국이나 한국 등과의 무역관계로 미국이 피해를 본 것처럼 날을 세우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해왔던 미국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것처럼 표현하며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도 집중 부각했다. 이를테면 일본이나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그리고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들을 왜 미국이 지켜줘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며 방위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한국을 향해서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100%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철수도 단행할 수 있다는 협박성 언급도 했다. 아울러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는 듯 언급하며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가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유지해온 재균형정책과 아시아 회귀정책의 재검토 가능성도 거론한 상황이다.

이 모두를 종합해본다면 결국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흐름에선 이른바 ‘신고립주의’로 표현되는 자국 중심주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우리에게는 과연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트럼프 당선은 우리 증시와 환율 시장에 패닉 현상을 가져왔다. 갑자기 몰아닥친 안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그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해 한·미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100% 동의한다는 견해를 표함으로써 우리에게 안도감을 줬다. 트럼프 당선인은 알려진 바와 같이 단 한 차례도 정부나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사업가이며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다. 또한 영민한 협상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역량을 발휘해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사실상 그가 후보 시절 내놓은 안보 관련 언급들은 관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맞춤형 유세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선거전략으로 내세웠던 그의 공약성 발언들을 실제 대통령이 됐을 때 모두 정책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발언들도 상당히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멕시코와의 국경선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한 발언이나, 오바마 케어(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으로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한걸음 후퇴했다. 한국과 일본에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나 주한미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주한미군을 한국에 대한 일방적 시혜라고 보는 그의 인식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방위비 분담 문제도 우리나라가 부담하고 있는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협상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언급은 했지만, 북한의 속내가 무엇이고 과연 어떤 조건에서 협상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이 또한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다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신행정부의 동북아 안보 및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정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잘되겠지 하는 안이한 대처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위험이 있다.

향후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우리는 먼저 두 가지 방향에서 노력해야 한다. 첫째, 우리 정부와 민간을 가릴 것 없이 가용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미국의 신행정부와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는 미국의 신행정부 인수위원회를 비롯해 외교안보 파트 인선과 정책 방향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우리 입장을 미국 신행정부에 적극 알려야 한다. 향후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이 그동안 양국은 물론 동북아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과, 주한미군은 한국에는 물론 미국의 세계 안보정책 추진을 위해서도 큰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평택 주한미군 기지와 오산기지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토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신행정부와 소통 채널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
이번 기회에 자위 역량 강화해나가는 계기 마련해야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 주장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염두에 둔 불순한 의도임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잘못된 셈법을 바꾸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 긴요하며, 향후 대북 협상은 반드시 비핵화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주한미군 사드 조기 배치,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확장억제의 현실화 방안을 조속히 구비해나가도록 협조해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우리 사회의 정치 불안을 결정적 호기라는 판단하에 선동하며 흔들어대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군부대 시찰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서해 최전방 접적부대를 찾아가 연평도 포격계획을 승인하는 등 도발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안보 영역에서 한 치의 허점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즉 동맹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자위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앞으로의 안보 상황에 대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다.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성묵

 

글·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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